토론자 선정 불만에 '쿼터 유지'측 불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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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 스크린쿼터는 한국 영화계를 보호하는 장치가 될 수 있을까. 지난 7월 영화계 인사들이 스크린쿼터 축소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 대회의실. 여론조사 분석기관인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주최한 '스크린쿼터제와 한국 영화산업 발전방향'심포지엄을 마감하는 자리에서 유인택 기획시대 대표(전 한국영화제작가협회장)는 주최 측에 사과했다. '영화계 후배'에 해당하는 '스크린쿼터문화연대' 관계자들이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크린쿼터 축소에 반대하는 쪽이 빠져 심포지엄은 결국 반쪽 행사로 끝났다.

한국 영화의 의무적 상영(1년 146일)을 보장하는 스크린쿼터는 우리 영화계의 가장 뜨거운 감자다.

이창동 전 문화부 장관이 지난 6월 '스크린쿼터 조정 검토'를 발표한 이후 정부와 영화계의 갈등이 재연됐고, 현재 양자 사이의 협의기구가 가동 중이다.

이날 심포지엄은 그간 숱하게 논의됐던 스크린쿼터와 영화산업의 연관성을 재검토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주제 발표.토론의 주요 당사자, 즉 '스크린쿼터 축소 불가'를 견지해온 유지나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이사장, 이해영 한신대 교수(스크린쿼터 영화인대책위 정책위원장)가 불참하자 행사는 처음부터 맥이 빠졌다.

'스크린쿼터 축소'에 동의하는 조희문 상명대 교수의 발표, 한국영화 경쟁력 강화를 위한 유인택 기획시대 대표.최평호 CJ 엔터테인먼트 상무의 제안 순으로 싱겁게 끝났다.

주최 측은 "기획 단계부터 행사 개요.참가자 등을 스크린쿼터문화 연대 측에 전달했으나 행사 전날 오후 8시쯤 영화인대책위 측이 사회자.토론자 등의 변경을 요구해왔다"고 말했다.

반면 영화인대책위 양기환 사무처장은 "주최 측이 참석 예정자를 개별 접촉했다. 심포지엄 참가자가 균형성을 잃어 대책위에서 수정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양측은 행사 전날 밤 늦게까지 협의를 했다고 말했으나 심포지엄의 파행 운영은 결국 막지 못했다. 종합토론이 무산된 것은 물론이다.

이날 자리에는 국회 문광위 소속 여야 의원이 다수 참석했다. 스크린쿼터에 대한 영화계의 찬.반 입장을 들어보고 정책 결정에도 참고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심포지엄의 '김'이 빠지자 의원들도 소리없이 자리를 떴다.

지난 10여년 스크린쿼터 사수를 외쳐온 유인택 대표는 "스크린쿼터에 영화계의 에너지를 쏟는 건 이제 낭비다. 정치권은 여론의 눈치를 보지 말고 국회 표결로 결정지어 달라"고 촉구했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똑같은 논리를 되풀이해서는 더 이상 대화가 진전될 수 없다는 것이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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