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북 엑스포' 화두는 'e-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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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e-북이 우리 곁에 다가온다.

지난 4일 막을 내린 시카고 북엑스포 아메리카(BEA)의 화두는 단연 e-북이었다.

전시에 앞서 지난달 31일부터 이틀간 열린 다양한 콘퍼런스와 강연은 물론, 2~4일 펼쳐진 전시의 중심은 e-북이었다.

BEA가 열린 시카고 맥코믹 플레이스 남관은 세계 최대인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비해 규모는 5분의1 정도에 불과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와 글래스북 등 e-북 관련 업체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세계 출판계의 e-북에 대한 열기를 짐작하게 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주최로 지난달 31일 맥코믹 플레이스에서 열린 'e-북 빌더(eBookBuilder 2000)' 콘퍼런스에는 세계 각국에서 초청받은 68명이 e-북의 미래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

8월 1일 미국에서 첫선을 보일 MS의 e-북 리더(판독기)의 런칭을 앞두고 이 기술과 관련한 각 업체들의 입장과 앞으로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열린 이 콘퍼런스에는 타임 워너.랜덤하우스.사이먼&슈스터 등 미국 내 주요 출판사는 물론 반스앤노블스 닷컴 등 서점 체인, e-북을 지원하는 테크놀로지 업체 등이 참석했다.

딕 브래스 MS부사장이 주제발표에 나선 것을 비롯해 타임 워너 출판사의 로렌스 커쉬봄 사장, 반스앤노블스 닷컴의 e-북 담당 부사장인 마이큰 프래그니토, 한국에서는 에버북닷컴의 양원석대표가 이 회의에 모습을 드러내 열기를 더했다.

이날 회의는 기존 출판시장의 질서를 무너뜨리지 않는 범위에서 e-북 시장의 확대를 꾀한다는 전략이 다시금 강조됐다.

일단 e-북의 전체 시장을 먼저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 MS는 출판사와 유통업체가 무너지지 않아야 핵심인 컨텐츠 개발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인식 아래 7월부터 리더 수백만 카피를 CD-ROM형태로 무상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MS의 리더는 기존의 책 내용을 e-북 용으로 전환하는데 한 권당 단 2분밖에 걸리지 않는데다, 저작권을 보호하는 디지털 라이트 매니지먼트(DRM)를 완전히 구축하는 것으로 드러나 MS보다 11년 먼저 e-북 개발을 추진해온 아도비사의 제품을 능가하는 것으로 현지 관계자들은 평가하고 있다.

한편 지난 1일 맥코믹 플레이스 그랜드 볼룸에서는 아마존 닷컴의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의 강연이 있었다.

베조스는 "e-북 시장이 성장한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앞으로 2~3년이 아니라 수십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성장할 것" 이라고 말해 MS와 차이를 보였다.

기자회견에서 "왜 아마존은 오픈 e-북(e-북 표준마련을 위한 미국의 e-북 관련 테크놀로지 회사들의 모임으로 MS와 IBM등 1백20여개사가 참여했다)에 참여하지 않았는가" 는 질문에 베조스는 "아마존은 e-북에 대해 좀더 현실적인 입장을 지니고 있기 때문" 이라고 밝히고 "저작권 문제와 디스플레이의 질적 수준이 아직 일정 수준에 올랐다고 보기 어렵다" 는 견해를 내놓았다.

시카고〓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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