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정치찾기] 의사 출신, 약사 출신 … 복지위는 ‘이익집단 대리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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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선 격론이 벌어졌다. ‘의료사고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민주당 최영희 의원)과 ‘의료분쟁 조정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이라는 두 법률 중 어떤 것을 택할 것인가가 문제였다.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두 법률의 내용은 판이하다. 의료사고 발생 시 현행대로 환자 측이 의사의 과실을 입증하게 할지, 의사가 자신의 ‘과실 없음’을 입증하게 할지가 쟁점이었다. 편을 가른 건 여야가 아니었다. 의사 출신인 한나라당 안홍준 의원과 여성운동가 출신인 민주당 최영희 의원이 맞섰다. 치과의사 출신인 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같은 당 최 의원이 아닌 안 의원을 거들었다.

안 의원은 “(사고의) 입증 책임을 의사에게 넘기면 방어진료를 할 수밖에 없고 의사가 잘못이 없음에도 보상을 해야하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최 의원은 “피해자를 돕자는 법인데 입증책임을 전환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반박했다. 전 의원은 “입증책임 전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실질적으로 절차가 어떻게 운영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처럼 복지위의 법안심의는 이익집단들을 대변하는 장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의사·약사 등 이해관계가 다른 당사자 출신이 많아서다.

약사 출신 한나라당 원희목 의원은 약사법 위반 사범에게 거둔 과징금을 ‘약물 오·남용 예방’ 등에 쓸 수 있게 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관련 사업을 위탁받을 수 있는 대한약사회를 지원하는 법”이란 게 복지위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민주당 의원 중엔 약사 출신 전혜숙 의원만 이름을 올렸다.

◆주고받기식 빅딜도=지난 15일 행안위에선 한나라당(이은재 의원)이 내놓은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민주당(박지원 의원)이 내놓은 전직 대통령 예우법 개정안이 맞붙었다. 지난해 2월 보건복지부에 통합됐던 청소년과 가족 관련 기능을 여성부로 돌려주겠다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에는 민주당이 반발했다. “아동은 복지부에 남고 청소년만 떼어내면 정책 일관성을 해칠 것”(최규식 의원)이라는 등의 이유였다. 지난 10월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가정을 건강하게 하는 시민의 모임) 대표를 지낸 백희영 여성부 장관이 취임한 직후부터 흘러나오던 개편 방향이란 것도 야당의 반발에 영향을 미쳤다.

전직 대통령 예우법 개정안은 애초 전직 대통령 서거 시 5년간 배우자에게 3급 비서관, 운전기사, 가사보조원 각 1명을 지원하는 내용이었다. 여기엔 한나라당이 “(서거 뒤 배우자가) 재혼한 경우엔 어떻게 되느냐”(이범래 의원)며 격렬히 맞섰다. 결국 조진형 위원장이 중재에 나섰다. 청소년 기능은 보건복지부에 남겨두고, 전직 대통령 배우자에 대한 지원 기간을 3년으로 줄이는 선에서 절충이 됐다.

임장혁·허진 기자

알려왔습니다  한나라당 원희목 의원 측은 “약사법 위반 과징금을 약물 오·남용 예방 사업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약사법 개정안에는 사업의 위탁 또는 대한약사회와 관련된 내용이 전혀 없어 ‘관련 사업을 위탁받을 수 있는 대한약사회를 지원하는 법’이라고 볼 근거가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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