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의 봇짐엔 중·소형주 … 연말 반격 시작됐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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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오랜 부진에 시달리던 코스닥과 중소형주가 연말을 앞두고 다시 살아난다. 뚜렷한 호재도, 악재도 없어 주도주들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덩치 작은 종목부터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불확실성이 큰 연말·연초 증시에선 중소형주가 투자 대안이라는 조언도 이어진다.

코스피지수가 엿새 만에 하락한 16일에도 코스닥지수는 오름세를 이어갔다. 이달 들어 상승률만 9.2%에 달한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6.9% 움직일 동안 한발 더 앞으로 나간 것이다. 코스피시장 안에서도 대형주보다는 중소형주가 낫다. 이달 지수 상승폭을 비교해봐도 대형주(5.8%)보다 중형주(7.2%)와 소형주(7.6%)가 앞섰다.

올 초 반짝했던 중소형주는 여름 이후엔 찬밥신세였다. 외국인이 시장을 주도하면서 정보기술(IT)과 자동차 등 대형 우량주에만 매수세가 몰렸기 때문이다. 기대에 비해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았던 것도 부진의 이유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시장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정승재 연구원은 “정부가 내년 상반기에 재정을 조기 집행하기로 결정하면서 중소형주도 살림살이가 나아질 거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품소재기업 육성, 중소기업 지원자금 공급 등 중소형주 투자심리를 자극할 만한 정책도 연이어 나왔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도 중소형주 매수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연기금은 이달 들어 대형주는 1385억원어치를 팔았지만 중소형주는 227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게다가 각종 테마주도 다시 들썩이고 있다.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그 수혜주로 꼽히는 스마트카드주는 연일 상승세다. 16일에도 케이비티와 이루온 주가는 상한가까지 치솟았다. 다날·네오엠텍 등도 이달 들어 주가가 50%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지수보다는 일부 종목 위주로 움직이는 ‘종목장세’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 우리투자증권 박성훈 연구원은 “펀드 환매로 돈이 많지 않은 기관이 연말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그동안 손대지 않았던 중소형주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며 “지수의 큰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연말엔 중소형주가 수익률이 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한금융투자 이선엽 연구원도 “코스닥은 이미 충분한 조정을 거쳤기 때문에 주가 면에서도 부담이 덜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중소형주 강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내년 1, 2월에 4분기 실적이 신통찮게 나오면 중소형주가 주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좀 더 길게 보는 투자자라면 무분별한 테마주보다는 쓸 만한 중소형주를 골라내는 전략이 필요하다.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중소형주로는 IT 관련 부품업체가 꼽힌다. 휴대전화·반도체 대기업이 올해 큰 수익을 내면서 설비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IT 부품·소재·장비업체들도 수익증가를 기대할 만하다. 테마주 중에서도 테마가 실제 기업실적에 반영되는지가 관건이다. 이트레이드증권은 전기차·2차전지·스마트그리드·발광다이오드(LED)처럼 실적으로 이어질 만한 테마에 주목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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