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성장률 낮아 인플레 우려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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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벤 버냉키(사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당분간 인플레이션 우려가 없다고 밝혔다. 미국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훨씬 못 미치고 있기 때문에 물가 걱정을 할 단계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 같은 언급으로 볼 때 15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연준의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도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연준 의장 2기 임기에 대한 상원의 인준 투표를 앞두고 있는 버냉키 의장은 상원 질의에 대한 서면 답변에서 현재 미국의 실업률과 제조업 부문의 높은 공실률 등을 볼 때 생산시설이 충분히 가동되지 않아 생산자원의 여력(resource slack)이 있는 상태며, 이는 인플레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의 답변은 15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11월 중 생산자물가가 예상 밖의 급등세를 기록한 뒤 나온 것이다. 버냉키 의장은 올 들어 급등세를 보인 국제 금 시세도 인플레 기대심리를 높이지는 않을 것이며, 3월 이후 60% 상승한 미국 증시에도 아직 거품 징후는 없다고 덧붙였다.

통화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FOMC 회의에서는 출구전략을 준비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시사하면서 경제 회복을 위해 제로금리는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하지만 버냉키 의장이 지난 3일 미국이 현재 자산 거품 상황은 아니지만 자산 거품이 경제 안정을 위협한다면 금리 인상 등 통화 정책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에 그가 자산 시장에 대해 어떤 언급을 할지도 주목된다.

그는 당시 상원 은행위원회의 Fed 의장 재임 인준청문회에 출석해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한 경기 부양 과정에서 쏟아 부은 수조 달러의 유동성을 회수할 정책 수단뿐 아니라 정치적 의지도 있다며 향후 인플레이션 위협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임을 시사했었다. FOMC 회의 결과는 16일 오후 2시15분(한국시간 17일 오전 4시15분)에 발표된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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