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조규만 앨범 10만장이나 팔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야위어 가는 너를 보며/느낄 수 있어/너무 힘이들 때 실컷 울어… 조금씩 감싸줘야해/난 네게 너무나도 부족하겠지만… 다 줄거야/내 남은 모든 사랑을…"

소리소문 없이 10만장 넘게 팔려나간 화제의 발라드 '다 줄거야' . 이 노래엔 요즘 발라드에 빠짐없이 끼어드는 현악기 소리와 코러스가 없다.

드럼.기타.베이스만의 단출한 어쿠스틱 발라드다. 보컬 역시 미성과는 거리가 멀고, 허스키 같은 기교도 부리지 않았다. 그런데도 들으면 단번에 느낌이 온다.

노래 전체의 톤이 단단한데다 선율이 워낙 귀에 감겨들기 때문이다.

원래 이 노래는 올초 방송된 드라마 '햇빛속으로' 의 남녀주인공(장혁과 김하늘)의 테마곡 이었다.

부자집 첩의 딸과 아웃사이더 남자가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모습을 애틋하고도 감미로운 멜로디로 호소력있게 표현했다.

지난 2월초 출시된 '다 줄거야' 는 4개월째 꾸준히 인기를 모으고 있다.

노래를 짓고 부른 조규만(31)이 TV출연을 극구 사양해 라디오에서만 흘러나올 뿐인데도 인기가 높다.

불법 테이프 노점상들마다 쉼없이 틀어대는가 하면 조규만이 게스트로 서는 라이브 무대마다 소녀팬들의 비명이 객석을 메운다.

조규만은 스쿨밴드 보컬로 출발한 뒤 재즈와 팝을 섭렵하며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다져온 싱어송라이터. 역시 가수인 조규만, 규천과는 형제사이로 이들 3형제는 '조트리오' 란 그룹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1989년 가요계에 데뷔한 조규만은 인기가수들의 음반을 만드는 작곡자.프로듀서로 더많이 알려졌지만 96년 자작곡 10여곡을 묶어 독집음반을 낸 가수이기도하다.

당시 여건이 좋지않아 금방 활동을 접어야했던 그는 4년만에 '다 줄거야' 를 히트시킴으로써 일약 인기가수 반열에 섰다.

작곡가로서 조규만은 임창정.김민종 등 주로 남자 발라드 가수들의 히트곡을 양산했고 자신 또한 이번에 발라드로 존재를 알렸다.

그의 발라드 관은 무엇일까. "미국 등 서구의 발라드는 아무리 실연을 노래한다 해도 낙관주의가 깔려 있어요. 그러나 우리 발라드는 처지면서 울어주는 노래들이 사랑받습니다. 우리 민족은 노래에서 울음을 원한다는 얘기죠. "

그러나 이때문에 발라드마다 처절함을 강조하다보니 주인공을 죽이는 등 자극적인 가사로 일관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표한다.

"처절함의 인플레죠. 노래마다 죽음, 천상, 환생등을 들먹이다보니 대중이 무감각해졌어요. " 그런점에서 평범한 연인들의 마음을 과장없이 그린 '다 줄거야' 의 히트는 발라드의 '오버' 에 대중이 거부감을 표시한 것은 아닐까.

강찬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