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들 나사 풀렸다는 우려 높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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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러브호텔 허가를 미끼로 거액을 받은 차관급 공무원, 마약사범을 풀어주고 수백만원을 챙긴 강력반 형사, 재건축조합 비리를 덮어주며 분양권을 받은 수사과 경찰 등….

최근 공직자의 갖가지 비리.탈선이 잇따라 공직사회의 고삐가 풀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지난달 서울 종암경찰서 경찰관들이 윤락업소로부터 정기 상납을 받아온 의혹이 제기된데 이어 2일 서울 서대문경찰서 소년계 형사들이 조직적으로 불법오락실 영업을 비호해온 사실까지 확인돼 공직사회에 대한 시민의 불신이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청은 전국 일선 경찰관서를 대상으로 뇌물수수.직무유기 등 각종 비리를 단속하기 위한 대대적인 특별 감찰에 돌입했다.

◇ 일반 공무원 비리〓서울지검 특수1부는 2일 러브호텔 인가를 미끼로 3억원을 받은 전 행자부 소청심사위원장(차관급) 양종석(梁鍾釋.52)씨의 부인 李상서(52)씨를 구속하고 梁씨를 수배했다.

검찰은 또 이들과 짜고 로비자금을 요구한 張정자(57.여)씨와 張씨로부터 대출사례금 1천여만원을 받은 H은행 전 강화지점장 林외륜(55)씨를 함께 구속했다.

李씨는 남편 梁씨가 내무부 기획관리실장으로 있던 1996년 8월 팔당상수원 보호구역인 경기도 광주군에 러브호텔 건축을 추진하던 柳모(44)씨에게 접근, "허가를 받아주겠다" 고 꾀어 로비자금 명목으로 3억원을 챙긴 혐의다.

또 특정업체에 입찰예정가를 빼주는 등 특혜를 주고 거액을 받은 혐의로 전 안동시 국장 權모(58)씨 등 대구시와 경북도 고위간부 10여명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부산지검 특수부는 특정업체의 복사기를 사주는 조건으로 업체로부터 4천여만원의 뇌물을 받은 부산체신청 회계과 河모(41.7급)씨와 河씨로부터 1천6백만원을 상납받은 회계과장 金모(55.5급)씨를 구속 기소했다.

◇ 경찰관 비리〓인천지검 강력부는 2일 히로뽕 투약자를 검거하고도 뇌물을 받고 풀어준 혐의로 인천 서부경찰서 강력반 소속 金모(28)순경을 구속했다.

金순경은 지난 3월 히로뽕을 복용한 李모씨를 연행해 투약사실을 자백 받았으나 입건도 하지않은 채 풀어준 뒤 3백만원을 받은 혐의다.

특히 金순경은 李씨에게 "알아서 처신하라" 며 사례비에 대한 암시를 적극적으로 한 뒤 무혐의 처리해주고 돈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검 남부지청 형사5부는 이날 재건축조합의 비리를 눈감아주고 아파트 분양권을 받아 챙긴 서울 구로경찰서 조사계 尹모(47)경사를 구속했다.

尹경사는 96년 2월 공금횡령 의혹으로 조합원들에 의해 고소당한 서울 구로구 오류2동 D아파트 재건축조합장 李모씨를 무혐의 처리해주고 李씨로부터 아파트 분양권(속칭 딱지)을 받은 뒤 이를 되팔아 2천만원의 시세 차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사회부.전국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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