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원 "너무 더러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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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동6가 용산가족공원. 공원안 연못(2천24평)을 따라 산책을 하던 시민들이 눈살을 찌푸린다.

연못 여기저기엔 비닐봉투와 스티로폼 등 각종 쓰레기가 둥둥 떠 있고 오염된 물이 잿빛을 띠고 있었다.

김선미(金善美.24.여.중구 신당동)씨는 "연못에서 악취가 나는 등 너무 역겨워 기분을 망쳤다" 며 "차라리 연못이 없는 게 낫겠다" 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시가 쾌적한 시민 휴식공간과 학생들의 생태견학 코스 제공을 위해 공원안에 만든 연못이 관리 소홀로 심하게 오염되고 있다.

◇ 실태〓서울시내엔 용산가족공원.여의도공원.보라매공원 등 13개 공원에 21개의 연못이 조성돼 있다.

그러나 안력.예산부족 등을 이유로 연못의 물갈이와 청소 등을 제대로 하지않고 있다.

용산가족공원 연못의 경우 저수용량이 8천7백20t이나 되지만 빗물에만 의존, 갈수기에 녹조가 심하게 끼는데도 물갈이를 전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시가 이곳의 수질을 측정한 결과 총 인(燐)농도는 0.187ppm, 총 질소는 3.1ppm으로 측정돼 공업용수(5급수)보다도 더러웠다.

주말에 2만명 가까이 찾는 여의도공원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해 만든 생태연못.잔디마당연못.지당연못 등 세곳엔 부유물이 떠 있고 물빛은 황토색에 가깝다.

최정민(崔貞敏.17.영등포구)양은 "생태계 관찰을 하러 왔다가 녹조가 낀 더러운 물만 봤다" 고 말했다.

보라매공원.송파나루공원.어린이대공원 등의 연못들도 오염이 심하다.

◇ 문제점〓전문가들은 연못의 오염이 장기화되면 부영양화가 일어나 물속 용존산소량이 급감, 물고기 집단폐사로 이어진다고 지적한다.

모기 등 더러운 곳에 기생하는 해충이 기승을 부리는 반면 자생 곤충들은 사라져 생태계도 교란된다.

특히 갈수기에는 썩은 퇴적물에서 악취가 나오고 주변토양과 지하수도 오염시킨다고 말한다.

하지만 서울시는 대수롭지 않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연못에 붕어.잉어 등이 살 정도면 수질에 별 문제가 없는 것 아니냐" 며 "장마철에는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고 말했다.

◇ 대책〓경희대 이기태(생물학)교수는 "평상시에 인공 장치를 동원해 물을 순환시켜야 녹조와 부영양화를 방지할 수 있다" 고 지적했다.

녹색연합 서재철 생태부장은 "공원안에 더러운 물을 가둬두는 것은 시민을 무시하는 처사" 라며 "연못의 수질이 최소한 3급수는 돼야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다" 고 말했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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