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명높은 페루 비밀정보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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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페루의 반군 게릴라 '빛나는 길' 을 소탕하는 데 혁혁한 공로를 세웠던 페루의 비밀정보부가 이제는 페루 국민들 사이에서 공포의 대명사가 되고 있다고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이 31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파브리카' 라는 회사로 위장한 페루 군정보부가 최근까지 저지른 테러와 고문.학살을 폭로한 3명의 여성 정보요원들이 겪은 수난을 자세히 전했다.

라 로사(35).루이사 자나타(26)와 마리엘라 바레토(1997년 사망 당시 28세)등 3명은 페루 정보요원으로 근무하며 반군들과 의회.언론에 대한 도청 등을 수행했다.

그러나 이들은 아이들을 낳고 난 뒤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97년 1월부터 비밀정보부의 각종 불법행위들을 언론에 조금씩 털어놓았다.

이들이 언론에 정보를 유출한 사실이 정보부에 의해 드러나는 바람에 로사는 정보부의 지하실로 끌려가 온몸을 불로 지지는 고문을 당했다. 그녀는 군 병원에 격리수용됐으나 고문의 후유증으로 척추뼈가 손상돼 반신불수가 됐다.

그해 3월에는 리마시 외곽 고속도로에서 머리와 양팔이 잘려나간 시체가 발견됐다. 부검 결과 시체의 신원은 또다른 여성 정보요원이었던 바레토로 확인됐다. 그녀 역시 정보부의 불법행위를 언론에 누출한 혐의로 내사를 받아 어느날 갑자기 시체로 발견된 것이다.

또다른 여성 정보원이었던 자나타는 곧바로 미국으로 달아나 목숨을 건졌다. 페루 정보부의 이같은 불법행위는 탐사보도 전문방송국인 '채널2' 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 그러나 이 방송국의 사장은 이 사건을 보도한 이후 정부로부터 시민권을 박탈당해 결국 경영권을 상실했다.

로사를 고문했던 군정보부 장교 4명은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됐으나 군사법원은 핵심 인물 2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반신불수가 된 로사에게는 1천5백달러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내려졌을 뿐이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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