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 지방으로 본점 이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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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조흥은행이 시중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본점을 지방으로 이전키로 결정했다. 대전.청주.춘천 중 한 곳으로 옮길 방침이다.

이와 관련, 위성복(魏聖復)조흥은행장은 "정부와 약속한 중부권 이전 계획을 추진하기 위해 특별팀을 만들어 지난 몇달 동안 조사작업을 벌였다" 면서 "조만간 해당 지자체들과 유치조건을 놓고 구체적인 협상에 들어갈 계획" 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조흥은행은 영업부문은 서울에 남겨두고 관리본부만 유치를 희망하는 도시에 우선권을 주기로 하는 등 지자체들이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들을 제시할 방침이어서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할 전망이다.

◇ 지방이전 추진배경과 이전 조건〓조흥은행은 외환위기 직후 공적자금 지원조건으로 2001년말까지 본점을 중부권으로 이전하겠다고 정부와 약속했다.

그러나 그후 1년이 넘도록 미루다가 올들어 정부의 압력이 거세어지자 대안 마련에 나섰다.

5월말까지 마련된 이전 방안은 일단 3개 도시를 대상으로 유치의사를 타진하되 조건이 더 나은 쪽으로 가겠다는 입장을 담고 있다.

조흥은행이 정한 우선 협상대상 도시의 조건은 영업부문의 서울 잔류 인정 외에 ▶파격적인 세금혜택을 주는 곳▶본점 신축부지 또는 건물을 무상 대여해주는 곳▶시 산하 각종 금고(金庫) 등의 자금을 맡길 것 등이다.

◇ 이전대상 도시 및 금융업계 반응〓대전시의 한 관계자는 "대형 시중은행의 대전 이전은 크게 환영할 일이나 영업부문이 빠진 지방 이전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고 말했다.

춘천.청주시 관계자들은 "일단 유치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 며 조만간 조흥은행과 협의할 뜻을 보였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조흥은행이 내건 조건을 받아들일 도시가 흔치 않을 것이라는 점을 들어 본점 이전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2단계 금융구조조정을 앞둔 '시간벌기' 라는 시각도 있다.

조흥은행과 다른 은행간에 합병이 일어날 경우 지방이전은 자연스럽게 무산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조흥은행 노동조합은 본점의 지방이전 계획에 강한 반발을 표했다.

임봉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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