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경찰 '미아리 떡값 수사' 신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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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미아리 텍사스촌' 업주들의 떡값 상납 수사를 놓고 검찰과 경찰 사이에 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지검 소년부는 지난달 26일 서울경찰청 소속 安모(42.구속)경사가 종암서 형사계에 근무하던 1999년 1월부터 미아리 윤락업주 南모(45.구속)씨로부터 1천7백만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南씨가 경찰관 50여명에게 떡값 명목으로 10만~50만원씩 준 사실을 보여주는 영업수첩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당장 지난 1월부터 신임 김강자(金康子)종암서장을 필두로 '미성년자 매매춘과의 전쟁' 을 벌여오던 경찰에 비상이 걸렸다.

경찰 주변에선 검.경간의 해묵은 수사권독립 갈등까지 거론되며 검찰이 '金서장 죽이기' 에 나선 것 아니냐는 얘기가 돌았다.

특히 미아리 지역은 지난해 8월부터 서울지검 소년부 검사들이 직접 윤락단속에 나섰던 곳이라 金서장 취임 직후 '공' 을 빼앗긴데 대한 검찰의 불편한 심경이 작용했으리라는 추측까지 나왔다.

◇ 검찰 반응〓검찰은 이를 극구 부인하고 있다. 소년부의 한 검사는 "지난 2월 윤락업주들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南씨 등 일부 윤락업주들의 영업수첩 2~3개를 확보했지만, 경찰 입장을 고려해 공개치 않고 있었다" 고 설명했다.

그는 "安경사의 경우 뇌물수수 사실이 뚜렷해 구속할 수밖에 없었다" 며 "南씨의 영업수첩에 올라있는 경관 50여명에 대해선 액수가 적어 되도록 수사하지 않을 방침" 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검사는 "오해를 풀기 위해 수사 경위라도 밝히고 싶다" 고까지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현재 계좌추적팀을 보강하고 미아리 업주들의 제보를 계속 받는 등 사법처리 범위와 수준에 대해 내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경찰 반응〓경찰은 이번 사건으로 미성년 매매춘 근절작전의 주역인 김강자 서장이 다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경찰 내부에선 "金서장을 계속 종암서에 뒀다가는 더 큰 문제가 있을지도 모르니 어떤 식으로든 金서장을 보호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찰 수뇌부에선 金서장을 종암서에서 빼내면서도 매매춘 단속업무를 계속 관장할 수 있는 부서의 실무책임자로 임명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간부는 "이르면 오는 7월 있을 일부 총경 보직인사에서 이런 움직임이 가시화할 수도 있다" 고 밝혔다.

강갑생.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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