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싶어요] 술병 종류마다 색 다른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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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Q 맥주병은 왜 전부 갈색병입니까. 그리고 소주는 거의 녹색병이잖아요. 그리고 양주는 대개 투명한 흰색 병이더군요. 술의 종류에 따라 담는 병의 색깔이 정해진 겁니까. 그렇다면 이유를 가르쳐 주세요. (서울 대림동에서 김진일)

A 정말 대단한 관찰력입니다. 지적한 대로 술은 종류별로 각각 다른 색깔의 병에 담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술의 강도에 따라 술병의 색깔이 달라지는데 약한 술은 짙은 색깔, 아주 강한 술은 투명한 병을 사용하기 일쑤입니다.

아다시피 맥주는 가장 약한 술입니다. 그러다 보니 외부 온도나 햇빛에도 약합니다. 게다가 맥주는 병 속에서도 조금씩 발효를 하기 때문에 보관에 더 신경을 쏟아야 합니다.

직사광선을 맞아 화학반응을 일으킨 맥주가 제 맛을 낼 수 없음은 뻔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아예 까만 병에 담으면 좋을 것 같군요. 하지만 시커먼 병에 담긴 술이라…. 아무래도 시각적으로 문제가 있겠네요. 밝고 신선한 시각효과를 노리기 위해 하이네켄은 녹색, 밀러는 흰색 병으로 상품화했더랬습니다.

밀러의 경우 한 때 젊은층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지요. 이 경우도 그냥 흰색 병이 아니라 특수처리해 내용물을 보호할 수 있도록 돼 있다는군요. 소주는 맥주보다는 강한 술입니다. 그래서 대개 녹색 병을 사용합니다.

얼마 전 한 소주회사가 흰병의 소주를 내놓았는데 별로 재미를 보지 못했답니다.

애주가들의 선입관을 뛰어넘지 못한 마케팅 실패사례라고 할 수 있겠지요. 값 비싼 양주의 경우는 투명한 병에 담아 술 색깔 자체를 상품화하기도 합니다.

선글라스 같다구요. 바로 그것입니다. 눈을 보호하기 위해 색안경을 사용하는 것과 술의 맛을 위해 색깔이 있는 병을 사용하는 것은 같은 이치입니다.

다만 멋쟁이들이 짙은 빛의 선글라스를 즐기는데 비해 술은 사정이 좀 다를 뿐입니다.

허의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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