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스튜디오'등 짝찾기 프로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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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제가 보기에는 4번 출연자가 괜찮았는데, 왜 연결이 안됐는 지 모르겠군요. 혹시 뒷풀이에서도 연결이 안된다면 저랑 어떻게 연결이 될 수 없는 지…. 직접 출연하기는 좀 쑥스럽고 해서 한 번 적어봅니다."

PC통신 MBC '사랑의 스튜디오' (일 오전 10시)시청소감란에 올라있는 이 글처럼, 요즘 젊은이들에게 TV를 통한 짝찾기는 결코 낯설지 않은 일.

덕분에 6년째 장수하는 '사랑의 스튜디오' , 여기에 도전장을 낸 KBS '접속 해피타임' (일 오전 9시40분)과 SBS '러브게임' (일 오전 9시50분)등 최근 방송가에는 각종 미팅 프로그램이 붐을 이루고 있다.

이처럼 TV를 통한 공개구애에 당당히 나서는 것은 젊은이들만이 아니다.

60세 이상 혼자된 노인들의 만남을 주선하는 MBC '아름다운 인생' (일 오전6시)의 '실버데이트' 코너도 출연신청이 끊이지 않는다.

프로그램 제작사인 에이스비전측은 "출연자들끼리 연결이 되지 않아도 창피하다고 여기기 보다 과거에 나왔던 다른 사람을 소개시켜 줄 수 없냐고 할 정도로 적극적" 이라면서 노인들의 변화한 모습을 전한다.

남녀 동수가 출연하는 고전적 형식과 달리 여성에게 선택권을, 선택된 남성에겐 거부권을 주는 등 '여성우위' 형식이 늘어난 것은 이런 프로들의 최근 추세. 4명의 미혼 남성이 매주 여성 한 명을 놓고 경쟁하는 SBS '러브게임' 은 연시(戀詩)를 읊거나 초상화를 그리는 등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갖은 정성을 보여준다.

이같은 형식이 '공주병을 조장한다' 는 지적에 대해 연출자 박재연PD는 "답장없는 연애 편지를 쓰고, 집 앞에서 약속없이 기다리던 과거의 연애 풍조처럼, 남성들이 사랑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면서 다소 복고적인 기획의도를 설명한다.

반면 KBS '접속 해피타임' 은 최첨단 매체를 동원, 차별화를 꾀한 경우. 인터넷을 통해 사전에 출연신청자의 이상형을 분석해 첫만남에서 선택까지의 과정을 단 몇 분으로 압축하고 내친 김에 여성출연자의 집에까지 달려가 교제승락을 받아내는 식이다.

이같은 초고속 만남의 출연자들은 대개 인터넷에 익숙한 20대 대학생들. '너무 가볍지 않느냐' 는 비판에 연출자 이병창PD는 "출연자들에게 여기서 만난 상대와 결혼할 것이냐고 물으면 코웃음이 나올 것" 이라면서 "일반 미팅에서도 '5초면 결정된다' 는 게 출연 대학생들의 말" 이라고 말했다.

SBS '생방송 행복찾기' 의 '토요맞선-사랑의 스위치' 코너처럼 아예 본격적인 중매자 노릇을 표방한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여기에는 여성출연자들의 어머니까지 나와 사윗감 후보에 대해 요모조모 따져본다.

직업이 의사인 한 출연자의 경우 "제가 필요한 것은 열쇠가 아니라 열쇠를 관리해줄 분" 이라는 말로 '장모님 후보' 들을 흐뭇하게 만들기도 한다.

형식과 인물은 다르지만, 이들 미팅 프로그램이 시청자의 흥미를 끄는 공통 요소는 연예인의 연기 아닌 보통 사람의 실제상황을 보여준다는 점. 하지만 여성출연자가 학력을 속인 SBS '기분 좋은 밤' 의 경우처럼 프로그램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일도 곧잘 벌어진다.

또 출연자 선정이 남성은 학력과 직업, 여성은 외모 중심이라는 것도 끊이지 않는 시청자 불만. '러브게임' 의 박재연PD는 "여러가지 직업군이 출연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재미에도 훨씬 긍정적" 이라면서 다양한 시도를 약속했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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