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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나] 5억 모아 DIY 목공방과 자연 농장 함께 운영하고 싶은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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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생작(生作)’. 한정현(41)씨가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자연 농장의 이름이다. 그는 현재 살고 있는 경기도 광주 퇴촌 근교의 16만5000㎡(약 5000평) 부지에 도시인을 위한 휴식공간을 만들고자 한다. ‘생’은 텃밭 등을 가꿀 수 있는 자연 농장이다. 가족 단위로 분양해 운영할 계획이다. ‘작’은 일터다. 목공방을 차리려 한다. 회원을 모아 목공 기술을 가르치고 가구도 주문 제작할 생각이다. 그는 “친환경·체험 트렌드에 걸맞은 창업 아이템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마련한 자본금은 약 2억원. 두세 명의 동업자를 찾아 농업 법인을 설립하고 부지를 사들여 2015년 문을 열 계획이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이 그를 컨설팅했다.

글=김기환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이번 주 자문단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

고려대 사회학과를 나와 세종대에서 마케팅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 자문위원과 세종사이버대 겸임교수, 여성부 창업멘토 등을 역임했다. 대기업과 대학에서 창업 강좌 및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한정현씨의 창업계획서

창업 계기 예전부터 친환경 분야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서울 마천동에 살다가 경기도 광주시 퇴촌으로 이사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도시인들의 마음 한편에도 저와 비슷한 욕구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친환경·체험 트렌드에 맞춰 자연 농장을 결합한 목공방 창업을 꿈꾸게 됐습니다.

상호명 생작(生作)

사업 내용 목공방·자연 농장(텃밭 분양) 운영

자본금 5억원 예상(현재 2억원 준비)

사업 계획 2009~10년: 계획 수립 및 타당성 조사

2010~13년: 사업 자금 마련

2013년: 2~3명 동업자를 끌어모아 농업 법인 설립

2013~14년: 경기 지역 임야·전답을 경매로 구입해 부지 조성

2015년 이후: 사업 개시, 인근 지자체와 제휴


이경희 소장은 “한씨가 구상하는 사업은 시의적절한 유망 창업 아이템”이라고 말했다. 자연·건강·먹을거리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대한 계획’이라는 평가다. 일단 비용이 걸림돌이다. 한씨가 현재 확보한 자금(2억원)으로 목공방 창업은 가능하다. 하지만 도시인을 위한 자연 농장까지 짓겠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동업을 한다고 해도 10억원 이상 들어가는 창업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이 소장은 “시간·인력·돈을 고려하지 않고 계획을 세우는 것이 초보 창업자들이 저지르는 대표적 실수”라며 “사업 계획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목공방에 집중하는 게 현실적

자본을 고려했을 때 현실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건 목공방 창업이다. 프랜차이즈형 창업과 개인 창업 두 가지 경우가 있다.

프랜차이즈로 차릴 경우 자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 또한 기계·기술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본사에서 창업 컨설팅도 해준다. 하지만 한씨처럼 개인 취향을 살리고 싶은 사람은 운영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 개인 창업을 할 경우 정보만 제대로 얻어 충분히 준비한다면 비용을 아낄 수 있다. 하지만 브랜드 파워가 없어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입지를 어디에 정하느냐도 중요한 문제다. 한씨는 집 근처인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에 목공방을 세우고자 한다. 이 소장은 “집이 그곳에 있다고 해서 주변에 입지를 정하면 안 된다”며 “도심이나 소득 수준이 높은 신도시 주거 밀집지를 끼고 있는 장소가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지역 안으로 직접 들어가면 안 된다. 소음 때문에 주변에 피해를 끼칠 수 있어서다. 따라서 ‘유동성’보다 ‘가시성’을 고려해 입지를 정해야 한다는 충고다. 이 소장은 “주거지에서 약간 떨어져 있더라도 차량 통행이 많아 잘 보이는 곳에 세우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창업 비용은 임대료를 제외하고 7000만원 정도 든다. 보링기(구멍 뚫는 기계)·재단기 등 기계 구입비와 페인트·공구류 구입비를 포함한 액수다. 돈을 투자하더라도 바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 단골 손님의 입소문을 타야 손님이 불어나기 때문이다. 목공방 프랜차이즈 ‘헤펠레코리아’ 박영규 기획실장은 “3년 동안은 수련 기간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희 소장은 “목공방은 대표적인 ‘전문가형’ 창업”이라며 “창업 전에 충분히 교육을 받고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입기에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단계라 안정된 수익을 보장할 수 없다. 이 소장은 “‘매니어형’ 창업이기도 하기 때문에 충성 고객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인터넷을 적극 활용하는 게 운영의 묘다. 이 소장은 “유료 광고를 내기보다 인터넷 카페 등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해 파워 블로거가 돼라”고 조언했다.

자연 농장하려면 지자체 활용을

자연 농장도 함께 구상하고 있다면 인맥을 더 쌓아야 한다. 더 많은 투자자를 끌어모아 창업하기 위해서 인터넷 카페를 활용해야 한다. 뜻이 맞는 사람들과 정보를 교류하라. 이 소장은 “주말을 활용해 한국벤처농업대 등에서 수업을 들으며 관련 정보·인맥을 쌓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지방자치단체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최근 들어 지역별로 테마 명소 개발이 한창이다. ‘아토피 마을’ ‘한우 마을’이 좋은 예다. 이 소장은 “자연 농장이 지자체 테마와 어울린다면 적은 비용으로도 창업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자연 농장 결합한 목공방 창업하려면

1 인터넷 카페·블로그를 활용해 목공 관련 전문성을 쌓아라.

2 동호회 활동 등을 통해 관련 분야 인맥을 쌓아라.

3 지방자치단체별 개발 계획에 대한 정보를 구하라.

4 정착을 원하는 지역을 빨리 정해 이사하라.

5 전문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라. 자료:한국창업전략연구소


[잡투어] 목공방 체험

의자 만들기, 초보는 하루 걸리는 반제품 조립부터 도전을

한정현씨가 딸에게 선물할 의자를 직접 만들고 있다.

한정현씨는 목공방 프랜차이즈업체인 ‘헤펠레코리아’의 경기도 광주 본사와 서울 오금동 지점에서 이틀 동안 직업 체험을 했다. 잡투어는 전문 멘토와 연결돼 현장에서 직업을 체험하고 노하우를 얻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본지는 일만나 사이트(joins.incruit.com)에서 신청을 받아 체험자를 선발한다. ‘잡투어(www.job-tour.co.kr·031-777-2299)’ 사업을 하는 ㈜씨앤드에스마이크로웨이브가 무료로 실시했다.

한씨는 딸 송희(7)양의 손을 잡고 목공방에 나타났다. 그는 “딸과 함께 목제 가구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며 “작은 의자를 만들어 선물하겠다”고 말했다. 박영규 헤펠레코리아 기획실장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물건이라는 게 목공방 가구의 특징”이라며 “딸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우 오금동 점장이 멘토로 나섰다.

사포질할 땐 맨손으로

한씨가 이날 도전한 가구는 의자. 매장에는 반제품 상태의 목재가 준비돼 있었다. 이 점장은 “처음부터 어려운 가구를 만들려 하면 금세 싫증이 날 수 있다”며 “초보자에게는 하루 만에 쉽게 만들 수 있는 반제품 조립을 권한다”고 소개했다. 반제품은 조립을 위해 반가공된 나뭇조각 상태다. 설계·재단까지 마쳤다고 보면 된다.

목재로 선택한 것은 가문비나무. 연하기 때문에 가공이 쉽고 가격이 저렴하다. 목재를 정한 다음에는 설계도를 만드는 ‘도면 작업’을 해야 한다. 완성된 도면에 따라 나무를 재단하는 것이 다음이다. 나뭇결 방향에 따라 재단하는 것을 ‘켜기’, 나뭇결과 수직 방향으로 재단하는 것은 ‘자르기’라고 한다.

한씨가 받아 든 것은 재단 작업을 마친 다리(4개)·바닥·등받이 조각이었다. 그가 처음 한 일은 센딩(사포질) 작업. 분무기로 목재에 물을 뿌린 뒤 습기를 머금은 나무에 보푸라기가 일어나면 그때 사포질을 한다. 이 점장은 “나뭇결 방향에 따라 부드럽게 문지르라”고 조언했다. 나무가 상할 수 있기 때문에 푹신하면서도 미끄러지지 않는 매트 위에서 해야 한다. 이 점장은 “사포질은 나뭇결을 느끼면서 해야 하기 때문에 장갑을 끼지 않는 게 좋다”고 귀띔했다. 사포질이 끝난 나무는 마른 수건으로 닦아 준다.

센딩을 마치면 칠을 한다. 한씨의 딸 송희양은 분홍색 천연 페인트를 골랐다. 이 페인트는 왁스바니시(니스)와 안료를 7대 3의 비율로 섞은 것이다. 이 점장은 “안료 비율이 3을 넘으면 마감력(보호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사포질과 같이 나뭇결을 따라 칠하면 된다. 이 점장은 “밑부분을 잡고 칠하면 붓을 쉽게 다룰 수 있어 힘이 덜 든다”고 말했다. 칠 작업을 마친 뒤 10~20분 동안 건조한다.

칠과 센딩은 한 몸이다. 완전히 건조된 나무는 다시 센딩 작업을 해야 한다. 수성 페인트로 칠한 나무에서 다시 보푸라기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 점장은 “사포질 작업을 반복하는 동안 점차 고운 사포를 쓰는 게 포인트”라고 했다. 칠한 나무를 센딩하는 작업은 세 차례 정도 반복한다.

다음은 조립. 먼저 홈(목심 구멍)에 본드를 바른다. 목심을 끼운 다음 나무와 나무를 붙인다. 고무 망치로 살살 두드려 나무 사이의 틈을 없앤다. 쇠망치로 두드리면 나무가 상할 수 있기 때문에 고무 망치를 쓴다. 나사로 나무를 조인 다음 니스 칠까지 마치면 의자가 완성된다. 한씨가 만든 의자를 받아 든 딸은 “아빠가 만들어 준 의자에 앉아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말했다.

인테리어 컨설팅도 할 수 있어야

목공방 사업에서는 ‘관계 마케팅’이 중요하다. 단발성 거래가 아니라 인간 관계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한씨는 이 점장과 함께 서울 오금동 주변 아파트를 돌며 홍보 전단을 돌렸다. 홍보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한 번 들른 손님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이 점장은 단골을 늘리기 위해 인테리어 컨설팅까지 해 준다.

“처음 들른 손님들은 보통 진열된 가구가 얼마인지를 묻습니다. 그때 주인이 가격 등 제품 특징만 답하면 거기서 대화가 끝나죠. 목공방 주인은 컨설턴트가 돼야 합니다. 벽지 색깔은 뭔지, 주변 가구 배치는 어떤지 등 집 안 인테리어 상태에 대해 묻고 그에 대한 컨설팅을 해 주면 손님을 끌 수 있습니다.” 박영규 실장은 “목공방 주인은 ‘따뜻한’ 목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 창업이지만 기본적으로 서비스업이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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