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한국장례문화학회 정경균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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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장례 문화를 학문적으로 접근해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 보려 합니다. "

지난 26일 창립한 한국장례문화학회 초대 회장을 맡은 정경균(鄭慶均.64)한국장묘문화개혁범국민협의회(장개협)상임이사.

예순이 넘은 나이지만 장묘 문화 개선을 위한'그의 ' 각오는 청년 못지않다.

서울대 보건대학원장으로 있던 1998년 장묘 문화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기 시작, 그해 장개협을 결성했고 정년이 2년 반 남아있던 99년 아예 퇴직해 이 운동에만 전념하고 있다. 자신은 물론 부인과 자식들(2남1녀)까지 모두 화장키로 결정했다.

"좁은 땅에 계속 늘어가는 묘지를 가만이 앉아 볼 수만 있어야죠. 하지만 6백년 매장 문화의 전통을 바꾼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국내엔 정작 화장을 하려해도 시설이 태부족이죠."

鄭회장은 이런 악순환을 풀 실마리를 의식 개혁에서 찾고있다. 중국.일본의 경우 화장이 일반화 돼있고, 스웨덴은 화장률이 90%. 특히 프랑스는 화장시설이나 묘지가 집 근처에 있으면 땅 값이 오히려 비싸다고 한다.

화장장이나 묘지를 복지, 혹은 편의 시설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 매장문화의 뿌리가 깊은 터에 화장장이나 납골당을 혐오시설로 여기니 화장 문화가 뿌리를 내리지 못한다는 것이 鄭회장의 진단이다.

문화인류학.사회학.경제학.신학 등 학문간 연구교류를 죽음의 의미를 문화적으로 규명하고, 잘못 인식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바꿔나가겠다는 것이 그의 해법이다. 이를 위해 매년 두 차례 학술회의를 열고 학술지도 발행할 계획이다.

"장개협 활동을 시작한 후 서울 지역의 화장률이 27%에서 52%로 2배나 높아졌어요. 희망이 있습니다. "

鄭회장은 "앞으로 화장장을 '승화원(昇華園)' 으로, 납골당은 '추모의 집' 으로 부르는 운동도 함께 전개할 것" 이라고 말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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