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로 간 새마을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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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지난 9일 경북도 방문단이 공동정수장을 설치한 우간다 루히라 지역 카니와칼리 마을을 찾아 주민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맨발로 다니는 주민들은 그동안 빗물과 흙탕물을 그대로 먹다가 경북도의 지원으로 정수한 지하수를 마시게 됐다. [경북도 제공]

9일 아프리카 우간다 루히라 지역 기가바가바 초등학교. 루히라는 경북도가 UN(국제연합)과 손잡고 아프리카에 새마을운동을 실험하고 있는 한국형 밀레니엄 빌리지가 들어선 곳이다.

경북도와 세계관광기구스텝재단(UNWTO ST-EP),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지원을 받아 벽돌집 학교 건물이 이날 새로 준공됐다. 공사비는 3500만원. 새 교사를 짓기 전까지만 해도 이곳 어린이 100여 명은 노천에서 공부했다. 책상과 의자는 형편 없었다.

학교를 짓고나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학생 숫자가 300여 명으로 늘어난 것. 학교가 세워졌다는 소문을 듣고 인근 마을에서 어린이들이 모여든 것이다. 그때부터 초등학교는 하루 세 차례 3부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예스린다 교장은 현지를 찾은 경북도지사와 새마을 관계자들에게 “좀더 지원해 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경북도는 카니와칼리 마을엔 새로 공동정수장을 설치했다. 주민들은 그동안 빗물과 흙탕물 등을 그대로 먹었다. 지하수를 뽑아 주민 800여 명이 정수해 먹도록 한 것. 주민들은 돼지 우리 같은 집에서 맨 바닥에 그냥 자고 있었다. 일부다처제에 식구는 많아 한 집에 자녀 7∼8명이 보통이었다. 동네는 한국 사람의 눈에는 참혹하게 비쳐졌다. 주민들은 경북도 방문단을 반갑게 맞으며 노래 부르고 한 바탕 축제를 벌였다. 또 한 마을에는 4000만원을 들여 20병상 보건진료소를 완공했다. 보건진료소가 문을 연 뒤 이 마을엔 아기를 출산하다가 죽는 주민이 사라졌다. 말라리아를 예방하기 위해 모기장을 사 주고 AIDS(후천성 면역결핍증) 등 보건 교육도 시작됐다.

경북도는 한국형 밀레니엄 빌리지를 조성 중인 우간다·탄자니아 4개 마을에 올 초 모두 2억원을 보냈다.

우간다 시범마을 주변은 온통 야자수·바나나였다. 주민들은 대부분 바나나 농사를 짓지만 소작이다. 먹을 게 흔하고 사계절 여름 날씨라 주민들은 나태한 편이었다. 하루 평균 소득은 1달러 미만. 경북도는 방문 길에 현지 새마을 지도자를 교육시키고 녹색 조끼도 입혔다.

작은 희망은 이미 피어나고 있었다. 경북도 편창범 새마을봉사과장은 “소득을 높일 수 있도록 옥수수를 심고 염소 기르기를 권장했는데 벌써 성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UN 관계자는 경북도에 “돈도 필요하지만 현지 주민을 교육시킬 교사를 보내 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돈만 지원하면 자칫 현지 고위층이 부정축재를 할 수도 있어 가급적 사람과 자재를 보내는 게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탄자니아에서는 자카야 키크웨테 대통령을 만났다. 그는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알고 있었다. 키크웨테 대통령은 김관용 경북지사에게 “우리도 40년(새마을운동을 한 기간) 뒤에 한국처럼 잘 살 수 있도록 많이 지원하고 교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북도의 새마을운동 세계화 예산은 연간 10억원. 그동안은 베트남·몽골 등 아시아에 집중돼 있었다. 김관용 지사는 “앞으로는 새마을운동 세계화는 아프리카로 방향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파견되면 2∼3개월 장기로 현지에서 헌신할 해외봉사단 결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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