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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IT] 에너지 먹는 빌딩을 바꿔라! 미래 건축 뼈대는 IT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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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덴마크 코펜하겐 기후변화회의를 계기로 이산화탄소 배출, 지구온난화 등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지구온난화를 촉진하는 이산화탄소 배출의 주범을 자동차·비행기와 같은 교통수단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 에너지를 더 많이 소모하는 건 움직이지 않는 빌딩들이다. 조명·수도·승강기와 각종 기계·냉난방 등에 막대한 에너지가 소비된다.

2025년에는 빌딩이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할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대상이 될 것이란 예측도 있다. 더욱 걱정스러운 사실은 빌딩이 쓰는 에너지 중 최대 절반가량이 낭비된다는 점이다. 아무도 없는 심야의 빈 사무실에 컴퓨터와 조명이 켜진 채로 방치되고, 외부 기온과 관계없이 무분별하게 냉난방 시설을 가동해 한여름 사무실에서 감기에 걸리는 일이 발생한다. 폭풍우가 내리는 날에도 잔디밭의 스프링클러는 돌아간다.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이 이뤄지는 똑똑한 세상을 만들려면 빌딩을 단순히 거주와 업무의 ‘공간’으로서만이 아니라 ‘시스템’이란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인도 델리에 세워진 ‘그린스페이스(GreenSpaces) 오피스 파크’는 IT 업계의 도움을 받아 세계 최고의 그린 빌딩을 추구한다. 에너지 관리, 열효율 감시 같은 개별 시스템들을 서로 연결해 통합 운용한다. 건물에서 생기는 쓰레기와 하수를 100% 재활용할 뿐만 아니라 실내 공조 시스템을 전략적으로 이용해 공기 중 산소의 양을 자동으로 늘리고 유해한 요소를 제거한다. 호주 멜버른의 의회건물인 CH2(Council House 2)도 태양 에너지를 전력으로, 빛과 공기를 냉난방에 활용하고 빗물을 재활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87%, 전력 사용을 82% 줄였다. 자연의 24시간 사이클을 활용하는 친환경 기술로 미래 건축물의 모범이 되고 있다.

똑똑한 빌딩에서는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수천 개의 센서가 사람의 존재와 움직임·온도·습도·강수량·조명 등을 모니터링함으로써 에너지 낭비를 줄인다. 더 중요한 것은 전기·상하수도· 실내공기·냉난방 등 그동안 개별적으로 운영되던 관리 시스템을 상호 유기적으로 연동시켜 제어한다는 점이다. 20세기에는 가장 높고 가장 거대한 빌딩이 기술적 진보와 발전의 상징이었다면 21세기에는 누가 더 에너지 효율적이고 지능적인 빌딩을 짓느냐가 기술 경쟁력의 가늠자다. 과거에는 철골 건물을 지었다면 미래의 빌딩 건축은 IT 기반의 지능이 가장 중요한 뼈대가 될 것이다.

이휘성 한국IBM 사장ceo@kr.ib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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