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특소세…비판 봇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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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특소세를 없앤다고 해 잔뜩 소비자들의 기대만 부풀려 놓더니 이게 뭡니까. 장사하지 말라는 겁니까?"

20일 국회 재경위에서 보석을 특별소비세 폐지 품목에서 제외했다는 소식을 들은 금은방 주인 김모(46)씨는 어처구니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고급시계.고급카메라 등 특소세가 다시 살아난 13개 품목을 판매하는 다른 상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특소세가 폐지된다고 해서 한달이나 기다렸는데 다시 특소세가 붙는다니 누가 물건을 사겠느냐"며 "경기를 살리기는커녕 죽이는 정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강대 경제학과 곽태원 교수는 "정치권이 진작에 없앴어야 할 특소세를 놓고 또 정치적 판단을 했다"며 "소득 재분배 효과도 없고 세수(稅收)도 미미한 특소세는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당초 24개 품목에 붙는 특소세를 폐지하면 세수가 4000억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번에 13개가 빠져 세수 감소분은 3200억원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 입법과정 논란=이날 열린 재경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민노당 심상정 의원이 일부 품목의 특소세 폐지를 반대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심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골프용품.모터보트.요트.보석.고급시계 등에 붙는 특소세를 폐지하면 국내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외국자본과 국내 특정 대기업, 그리고 부유계층에만 이득을 준다"며 반대했다. 이에 한나라당 의원들이 "민생관련 물품에 대해선 특소세를 폐지해야 하지만 국민적 위화감을 줄 수 있는 제품에 붙은 특소세를 한꺼번에 없애는 것은 문제"라며 동조하고 나서 특소세 폐지품목이 확 줄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품목별로 형평성이 떨어지는데다 밀수가 성행하는 품목도 많아 특소세 폐지는 더 확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세연구원 노영훈 박사는 "보석.귀금속 등에 특소세가 붙다 보니 밀수가 늘어나 국내 산업은 고사(枯死)위기"라면서 "특소세를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부유층에만 이득을 준다는 이유로 고급시계.고급가구 등에 붙는 특소세는 그대로 두면서 모터보트.요트 등에 붙는 특소세를 없애는 것은 평형에 더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 업계 불만=백화점 업계 등 유통업체들은 오락가락하는 특소세 정책 때문에 손해를 입게 됐다고 비난했다. 백화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부 보석과 모피 브랜드의 경우 특소세가 폐지될 것으로 믿고, 미리 가격을 내렸는데 특소세 폐지가 철회되면서 다시 값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에어컨.프로젝션TV.골프용품 등을 생산.판매하는 업체들은 특소세 폐지 후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방향은 승용차와 유류, 그리고 경마장.카지노 등에 붙는 특소세를 제외한 모든 특소세를 없애는 것"이라며 "앞으로 특소세를 없애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종윤.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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