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 그 치열한 삶과 예술'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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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백남준(68)씨에게는 여러가지 찬사가 따라 붙는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예술가' '비디오예술의 아버지' '행위예술가' '테크놀러지 사상가' 등.

'백남준' 은 이런 찬사들로 이미 익숙해진 이름이지만 정말 그가 어떤 인물인지, 어떤 생각에서 기행(奇行)처럼 보이는 퍼포먼스를 벌이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백남준, 그 치열한 삶과 예술' (이용우 지음.열음사.1만2천원)은 그가 살아온 삶을 차근차근 따라가면서 그의 예술세계를 설명하고 있다.

기자출신 미술평론가인 저자는 자료를 수집하고 여러차례 백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그의 삶을 추적했다.

백씨가 태어난 특별한 집안부터 얘기가 시작된다. 백씨는 일제시대 포목상으로 손꼽히던 부잣집의 3남2녀중 막내로 태어났다.

백씨의 천재성이 어려서부터 잘 가꿔질 수 있었던 것은 격동의 시절에도 어려움을 모르고 살 수 있게 만든 부유함 덕분일 것이다.

백씨는 일제시대에 집안에 있던 피아노를 칠 수 있었고 6.25전쟁 와중에 일본으로 유학, 도쿄대에서 미학을 전공할 수 있었다.

독일유학 시절 얘기부터는 백씨의 예술적 경향이 만들어지고 굳어지는 과정이다.

백씨는 독일에서 요제프 보이즈와 같은 친구들과 만나 '플럭서스(Fluxus.흐름)' 라는 저항적 예술사조의 중심에 서게 된다.

'바이올린 독주' 라는 퍼포먼스에서 그는 천천히 바이올린을 들어올렸다가 순식간에 내리쳐 박살낸다.

그는 이런 이해하기 힘든 행동으로 "동양에서 온 문화테러리스트" 라는 별명을 얻으면서 유명해진다.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그의 퍼포먼스지만 책을 읽어가다 보면 짐작할 수는 있다.

장사를 하라는 아버지와 싸우면서 지켜낸 백씨의 태생적 끼, 사춘기에 겪은 일제하 좌파사상, 6.25전쟁의 파괴와 참화, 1960년대 유럽을 풍미한 신좌파적 경향 등이 모두 백남준을 전위예술가로 키워낸 배경들이다.

책은 지난 2월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의 회고전을 앞둔 백씨와의 인터뷰로 마무리된다. 말미에는 백씨의 연표가 실려 있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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