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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시장 원리 무시한 부동산 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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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부가 연일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주택의 보유와 양도에 대한 세금을 올리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데 이어 이번엔 땅값 잡기에 나섰다. 땅을 사기 어렵게 하는 것이 골자다. 사실 그동안 집값보다 땅값이 더 빠른 속도로 올랐다는 지적이 많았던 터에 정부가 땅값 잡기에 나선 것을 탓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 대책이란 것이 여전히 반시장적 발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심히 우려된다.

특히 임야의 취득 자격을 땅이 있는 시.군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사람으로 제한키로 한 것은 개인의 경제행위에 대한 자유와 사유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 임야도 농지와 마찬가지로 외지인은 살 수 없도록 묶어 사실상 거래 자체를 막아버렸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돈이 필요해 땅을 팔려고 해도 팔 수가 없다. 이것은 심각한 사유재산권의 침해다. 국민은 그동안 부동산 값 안정이란 대의에 묵시적으로 동의하고, 웬만한 규제는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러나 최근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도를 넘어서고 있다. 눈앞의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의 근간인 사유재산권 보장이란 대전제를 흔들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값 안정이 아무리 중요해도 우리 경제의 기본틀을 무너뜨릴 정도가 돼서는 곤란하다.

임야에 대한 취득자격 제한은 농촌 대책의 방향과도 어긋난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도시민의 농지 취득을 허용하고, 농지의 전용을 쉽게 하는 쪽으로 바꿔왔다. 개방시대에 농촌을 살리기 위해선 농지를 보다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도록 하자는 취지에서다. 이제 땅값을 잡는다며 농지는 물론 임야까지 규제하고 나선다면 농촌 대책은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사실 최근 땅값 상승은 그 원인을 정부가 제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지방균형발전을 도모한다며 행정도시.기업도시.혁신도시 등 온갖 개발계획을 쏟아놓은 게 바로 정부다. 그래서 땅값이 오르면 뒤늦게 무차별적인 규제와 단속에 나서니 앞뒤가 맞질 않는다. 다른 정책과의 조화와 일관성을 염두에 두고, 시장 원리에 맞는 부동산 대책을 내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