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외인들 "한국축구 감 잡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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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두고보세요. 잔디가 파릇파릇해질 때면 저 녀석 잡을 수비수가 없을 걸요. "

프로축구 안양 LG 박병주 기술고문은 지난 3월 안양의 오른쪽 공격수인 유고 출신 드라간의 훈련 모습을 지켜보며 이렇게 말했다.

그라운드가 녹색으로 바뀌어가는 요즘 드라간은 국내 최고 몸값(이적료 1백20만달러)에 걸맞은 화려한 플레이로 박고문의 장담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지난 21일 안양과 수원의 경기에서 드라간은 폭발적인 스피드와 수비 두세 명은 쉽게 제치는 개인기로 수원 진영을 휘저었다.

골은 기록하지 못했지만 그에게 마크가 집중되는 바람에 최용수와 정광민이 편하게 움직이며 찬스를 잡을 수 있었다.

드라간뿐만 아니라 루마니아 출신 루츠(수원).브라질 출신 조이(성남) 등 올해 국내에 첫선을 보인 외국인선수들이 그라운드 사정이 좋아지고 한국 축구에 차츰 적응하면서 서서히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 3월 수퍼컵에 첫 선을 보였던 루츠는 그 동안 부상과 향수병에 시달리면서 "잘못 뽑은 것 아니냐" 는 우려를 샀다.

그러나 21일 안양전 후반에 투입된 루츠는 현란한 드리블로 안양 문전을 파고들어 몇 차례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어내는 등 확연히 달라진 플레이를 보였다.

수원 김호 감독은 "루츠가 볼 다루는 기술은 국내 최고다. 잔디 상태가 좋아지면 더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을 것" 이라고 기대한다.

지난 4월 한국으로 건너온 조이는 두번째 경기인 20일 전남전에서 골을 터뜨려 스트라이커 부재에 시달리는 성남에 희망을 안겨줬다.

브라질 1부리그 출신으로 1m83㎝의 당당한 체격에 제공력이 좋고 부지런히 뛰는 스타일이어서 세자르(전남)처럼 국내축구에 쉽게 적응할 것으로 보인다.

부상에서 회복한 크로아티아 출신 샤샤(포항)와 대한화재컵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았던 우루과이 출신 샤리(부천)도 짧은 시일에 팀 중심선수로 자리잡았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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