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함께해요- 사진놀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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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올려놓는 선반고리는 코끼리 옆 모습같고, 좌석 뒤의 창문고리는 마치 익룡처럼 생겼어요.” 서윤덕(일산 문화초 2)군은 지하철을 타면 곳곳에 숨어있는 동물들을 찾아내기 바쁘다. 동물과 닮은 모양을 발견할 때마다 찍어둔 사진이 벌써 수십여 장. 서군이 이렇게 사물을 독특한 시선으로 관찰하기 시작한 건 7살 때 아빠 서동윤(45)씨가 서군에게 카메라를 장만해주면서 부터다.

저학년 사물 관찰력·신체 조작능력 향상

사진놀이는 창의력을 키우는데 제격이다. 서씨는 “아이들은 나사못에서 찡그린 표정을, 식탁 의자에서 웃는 표정을 찾아내기도 한다”며 “똑같은 사물도 어떤 각도와 거리에서 찍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을 받아 아이들의 상상력이 증폭된다”고 말했다.

상명대 사진학과 김문정 교수는 “사진놀이는 5세 이상만 돼도 즐길 수 있다”며 “일찍 카메라를 만져본 아이일수록 사물에 대한 관찰력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질문을 통해 전문적인 샷을 찍게 할 수도 있다. 로우 앵글(low angle·사물을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며 찍는 샷)과 하이 앵글(high angle·사물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며 찍는 샷)을 설명하는 대신, “개미가 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하늘의 새는 어떤 시선으로 땅을 바라볼까?”처럼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아이들은 자연스레 개미처럼 바닥에 누워 위를 올려다보며 사진을 찍기도 하고, 아파트 베란다에 나가 지상의 주차장을 카메라에 담기도 한다. 신체적 조작능력도 향상된다. 사물을 보고 셔터를 누르는 동작을 반복하면서 눈과 손의 협응력이 길러지고, 사진을 찍기 직전 숨을 잠깐 멈추는 과정에서 집중력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카메라에 부착된 작은 버튼을 조작하면서 손의 소근육 발달이 촉진된다”며 “카메라의 주요 기능은 아이콘으로 찾을 수 있기 때문에 한글을 모르는 아이라도 스스로 접사기능을 찾아 촬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학년 사물과 사회·나를 연결하는데 유용

창의성 발달을 목적으로 사진을 찍을 때는 대상을 미리 정하지 않는다. 아이가 펼칠 수 있는 감각적 시각을 최대한 넓히기 위함이다. 찍은 사진에 대해 당사자에게 사진을 찍은 이유와 소감을 묻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대전문화예술교육연구회 김은형 대표는 “아이들은 어른의 질문에 정답을 말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이유를 묻기보다, 아이의 결과물인 사진을 보며 ‘현재’ 이 사진이 어떻게 보이는지 대화를 나누는 것이 창의성 발달에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글쓰기와 연결하면 교과 학습에도 활용할 수 있다. 이때는 주제를 미리 정해 찍어도 좋다.

서군의 형 현덕(문화초 6)군은 “안방의 전등 스위치를 찍었더니 마치 사람이 곁눈질하는 표정처럼 나타났다”며 “밀폐된 방의 스위치를 찍은 사진 아래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을 적었다”고 말했다.

사진놀이를 할 때는 형식보다 안에 담을 내용에 집중한다. 사물 자체에만 집중해 사진을 찍어야 아이들이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쉽다는 것. 그래서 사진놀이엔 가장 단순한 기능의 카메라만 있으면 충분하다. 김 대표는 “사진놀이의 목표는 현실의 사물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면서 창의성을 키우는 데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위의 다른 사람이 찍은 사진을 새롭게 다시 보면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습관도 생활속에서 사진놀이를 즐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사진설명]“찍는 위치에 따라 모양이 달라져요.”서현덕·윤덕 형제가 아빠 서동윤씨와 함께 촬영할 나뭇잎을 관찰하고 있다.

<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

< 사진=김진원 기자 jwbest7@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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