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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사건사고', 여러분이 정해주세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죽음과 갈등ㆍ폭력ㆍ자유ㆍ성(性).

올 한해 일어난 굵직한 사회분야 사건사고를 상징하는 단어들입니다. 연쇄살인범 강호순이 남긴 상처, 조두순이 짓밟은 어린이의 삶, 아직도 풀리지 않은 용산 사건의 매듭. 이 사건들은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이기도 합니다. ‘루저의 난’과 ‘서울광장 봉쇄 논란’은 자유의 한계에 대한 물음을 사회에 던졌습니다.

중앙일보가 2009년 사회분야 10대 사건사고를 꼽아봤습니다. 네티즌과 독자 여러분께서 생각하시는 ‘올해의 큰 사건’은 무엇인지요. 사건이 남긴 의미를 되돌아보자는 의미에서 ‘인터넷 투표’를 진행합니다. 5개까지 복수 선택이 가능합니다. 투표는 20일까지 진행됩니다.

강인식 기자

'올해의 사건사고', 여러분이 정해주세요(5개 선택)

연쇄살인범 강호순

아동 성범죄 조두순

용산 사건

7ㆍ7 사이버테러

장자연 리스트

미네르바

루저의 난

서울광장 집회 논란

쌍용차 공장 점거

연쇄 집단자살

투표기간 : 2009-12 14 ~ 12-20
[5]개를 선택해 주세요

2009. 12. 14 [월] Updated

①연쇄살인범 강호순

지난해 경기도 군포에서 여대생이 납치됐다. 며칠 후 가발과 마스크를 쓴 범인이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뽑는 장면이 CCTV에 포착됐다. 강호순(40)이었다. 강은 올 1월 경찰에 붙잡혔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강은 여대생을 포함해 최소 10명의 부녀자를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은 ‘흉악범 얼굴 공개’라는 사회적 이슈를 낳았다. 피해자와 대다수의 국민은 ‘흉악범의 얼굴을 마스크와 모자로 가려주는 경찰’을 이해하지 못했다. 본지는 처음으로 강의 얼굴을 공개했다. DNA(유전자) 분석을 통해 강의 범죄가 드러나면서, DNA 관리법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됐다. 강은 사형선고를 받고 복역 중이다.

②아동 성범죄 조두순

지난해 12월 경기도 안산에서 50대 남성이 8세 여자 어린이를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평생 허리에 대변 주머니를 차고 다녀야 할 정도로 아이는 큰 상처를 입었다. 범인 조두순(57)은 12년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국민적 분노가 일었다.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을 인정해 형을 감경해 준 것’을 대부분의 국민이 받아들이지 못했다. 12년 형이 너무 가볍다는 지적도 있었다. 결국 아동 대상 성범죄자에 대해 ‘최고 50년형’이 가능하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이 만들어지기에 이르렀다. 처음에 이 사건은 피해자 아동의 가명을 따 ‘나영이 사건’으로 불렸지만, 본지를 시작으로 ‘조두순 사건’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③용산 사건

1월19일 서울 용산구 재개발지역 남일당빌딩 옥상에 망루가 설치됐다. 철거에 반대하는 세입자와 전국철거민연합회원들은 그곳에서 화염병을 던지며 농성을 벌였다. 다음날인 20일 오전 6시40분쯤, 경찰특공대가 망루에 투입됐다. 망루 주위엔 시너통과 세녹스, 가정용 LPG통 등이 있었다. 경찰의 작전이 시작되고 30분 쯤 후, 망루에서 불이 났다. 경찰 1명과 농성자 5명이 사망했다. 사건 발생 9개월 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용산철거민대책위원회 위원장 이충연 씨와 전국철거민연합회 간부 김모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사건 발생 후 11개월. 갈등은 진행형이다. 사망자들의 장례식은 치러지지 않고 있다. 이 지역의 재개발 사업도 정지돼 있다.

④7ㆍ7 사이버테러

7월 7일, 청와대와 국방부 홈페이지 등 한국과 미국의 26개 인터넷 사이트가 동시에 해킹을 당해 마비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비정상적으로 트래픽을 늘려 해당 사이트를 마비시키는 디도스(DDoS) 공격이었다. 악성 코드에 감염된 수만 대의 ‘좀비 PC’는 주요 기관의 인터넷 사이트를 일제히 공격해 마비시켰다. 디도스 공격은 오래된 해킹 수법이었지만, 대부분의 기관은 이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7ㆍ7 사이버테러’로 명명된 이 사건은 고도로 디지털화된 사회의 그림자를 드러냈다. 사건이 벌어지고 4개월 뒤, 국가정보원은 디도스 공격에 동원된 서버의 IP가 북한 체신청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⑤장자연 리스트

지난 3월 한 여성 탤런트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출연했던 고 장자연(29)씨다. 장씨의 죽음은 단순한 자살 사건으로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러나 장씨의 전 매니저 유장호(29)씨가 갖고 있던 이른바 ‘장자연 문건’이 세상에 나오면서 상황이 변했다. 이 문건에는 언론계, 금융계 인사들의 실명이 등장했다. 장씨는 문건에서 소속사 전 대표인 김성훈(40)씨로부터 유력인사 접대를 강요 당했다고 적었다. 사건이 권력형 스캔들로 번졌다. 그러나 피해자가 사망했고, 장씨의 문건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수사대상자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 사건은 연예계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씁쓸한 이면이 크게 부각되는 계기가 됐다.

⑥미네르바

올 1월에 ‘미네르바’라는 필명을 쓰는 인터넷 논객 박대성(31)씨가 검찰에 체포됐다. “정부가 긴급 업무명령을 통해 금융기관 등에 달러를 사들이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의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였다. 박씨는 지난해 세계적 금융위기를 예측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려 사이버상의 ‘경제 대통령’으로 불렸다. 그러나 검찰에 검거된 미네르바는 ‘전문대를 졸업하고 경제학을 독학한 무직자’였다. 검찰의 박씨 검거는 ‘표현의 자유‘ 논란을 낳았다. 4월 1심에서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리자 논란은 더 커졌다. 미네르바 사건은 ’제도권 지식인에 대한 불신‘, ’학력 컴플렉스‘, ’표현의 자유‘ 등 숱한 이슈를 낳았다.

⑦루저의 난

“키 작은 남자는 ‘루저(loserㆍ패배자)’라고 생각합니다.” 11월 방영된 KBS2 TV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한 여대생의 발언이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궜다. 네티즌들은 여대생의 전화번호ㆍ주소 등 신상정보를 낱낱이 인터넷에 공개했다. 여대생이 다니는 학교도 공격을 받았다. 이른바 ’루저의 난‘ 이다. 이후 제작진은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발표했고 PD와 작가가 교체됐다. 타인의 신상정보를 아무렇지도 않게 공개하는 행위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도 불거졌다. 또 여성의 외모를 희화화하는 것에는 관대하던 우리 사회의 이중적 태도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루저의 난‘은 우리 사회가 가진 컴플렉스를 복합적으로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었다.

⑧서울광장 집회 논란

경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추모 인파가 모이던 5월 23일부터 12일간 사람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서울광장에 차벽을 설치했다. 서울시가 ‘문화행사와 여가선용에 쓰여야 한다’는 조례를 들어 사용 허가를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는 “광장은 사람들이 모여 소통하는 곳”이라며 반발했다. 7월엔 서울시와 경찰의 처분이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얼마 뒤 서울시는 서울광장 사용자가 준수사항을 지키지 않으면 행사를 취소할 수 있도록 조례를 강화했다. 이 사건은 ’광장의 의미‘와 ’자유의 한계‘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낳았다.

⑨쌍용차 공장 점거

쌍용자동차 노조는 올 여름 77일간 경기도 평택공장을 점거하고 농성을 펼쳤다. 노조는 ‘정리해고 반대’를 외쳤다. 사측은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데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한다‘고 맞섰다. 노조는 다연발 볼트 총, 대형 표창 등 무시무시한 사제 무기를 사용해 경찰과 맞섰다. 경찰은 헬기를 동원, 체류액을 살포했다. 점거 농성자와 구조조정을 받아들이자는 직원간의 충돌도 이어졌다. 노조와 사측은 극적인 협상 타결을 이뤘지만, 폭력을 수단으로 한 불법 파업의 대가는 비쌌다. 쌍용차 노조는 9월 상급단체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탈퇴했다. 투표자의 73.1%가 민주노총 탈퇴를 지지했다.

⑩연쇄 집단자살

4월 강원도엔 ‘집단 자살의 공포’가 엄습했다. 8일 정선, 15일 횡성, 17일 인제, 23일 양구에서 다섯차례에 걸쳐 남녀 21명이 동반자살을 시도했다. 그중 12명이 숨졌다. 집단 자살을 시도한 이들은 인터넷 자살 카페를 통해 만났다. 사건의 중심에는 자살카페 ‘同伴自殺(동반자살, 카페주소 suicide04)’가 있었다. 카페 개설자는 70대 할머니와 함께 살며 밤낮없이 인터넷만 하는 고립된 21세 청년이었다. 그는 5월 초 경찰에 구속됐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연락하고 만나 죽어간 사건은 사회적 충격을 안겨줬다. 선진국보다 높은 한국의 자살율도 이슈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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