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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심산상 수상한 김수환 추기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저는 천주교 성직자이지만 한국인이기에 제 몸 어딘가에도 유교(儒敎)의 피가 흐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유교에서는 천주교를 무부지교(無父之敎)패륜아라고 비판했으나 사실 천주교는 어느 종교 못지않게 효(孝)를 강조하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

23일 성균관대 6백주년기념관에서 제13회 심산상을 수상한 김수환(金壽煥)추기경은 유교와 천주교의 관계를 성찰하며 천주교도 효의 종교라고 강조했다.

심산상은 독립운동가이자 유교 중흥에 앞장선 심산(心山)김창숙(金昌淑.1879~1962)선생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

이날 수상 강연에서 金추기경은 "새 천년기에는 유교와 그리스도교를 통해 우리 민족에 부여된 사명에 대해 함께 생각하자" 며 효를 강조했다.

金추기경은 18세기 말 이승훈.정약용 등 신진 유학자들이 민족 구원의식과 창조적 주체의식으로 유교사상과 천주교를 조화시켜 이 땅에 유례없이 천주교를 성장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천주교의 제사금지령이 두 종교간의 생사를 건 투쟁으로 치닫게 해 1만명 이상의 순교자를 내고 쇄국정책을 초래해 급기야는 외세 침략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조상 제사는 미신이 아니라 부모 사후에도 계속 효를 실행하기 위한 보본추효(報本追孝)" 라며 "이런 맥락에서 천주교도 1939년 조상 제사를 허용했다" 고 밝혔다.

金추기경은 "인(仁).대자대비(大慈大悲).사랑의 정신을 발휘, 한민족이 명실상부한 '동방의 빛' 으로 인류에게 희망과 위로를 주자" 고 강조했다.

金추기경은 24일 오후 서울 수유리 독립유공자 묘역에 있는 김창숙 선생 묘소도 참배한다.

글〓이경철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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