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 바람 타고 훌쩍 컸던 PGA, 우즈 ‘바람’에 애간장 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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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미국)가 12일(한국시간) 앞으로 무기한 골프대회에 출전하지 않겠다고 밝힘에 따라 전 세계 골프계에 거센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당장 PGA투어엔 비상이 걸렸다. 우즈가 없으면 내년도 흥행에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울상을 짓는 분위기다. 골프용품 업계 역시 우즈가 빠지면 매출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한숨 쉬는 PGA투어=우즈가 당분간 골프 클럽을 놓겠다고 밝히자 가장 큰 한숨을 내쉬는 것은 PGA투어다. PGA투어는 우즈의 입장이 발표된 뒤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우즈의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면서도 “우즈가 적당한 때에 PGA투어로 복귀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PGA투어는 우즈가 프로 무대에 뛰어든 첫해인 1997년 총상금이 7080만 달러에 그쳤지만 10년 만인 2007년엔 2억7200만 달러, 지난해엔 2억7900만 달러로 급성장했다. <그래픽 참조> 10여 년 만에 투어 규모가 4배 가까이 커진 것이다. 그런데 PGA투어는 투어를 이끌고 있는 우즈가 빠지면 시청률 하락과 함께 대회 규모가 줄어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우즈가 지난해 6월 무릎 부상을 당해 8개월간 대회에 빠지면서 미국 내 골프 중계 시청률은 50%나 급감하기도 했다.

미국의 스포츠 비즈니스 해설가 릭 호로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우즈의 결장으로 PGA투어엔 10억 달러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PGA투어의 동료 선수인 그레이엄 맥도월(북아일랜드)도 미국 골프채널에 출연해 “우즈는 PGA투어 흥행을 이끄는 추진력이다. 우즈가 빠지면 골프대회 흥행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골프업계도 울상=PGA투어는 물론 골프용품 업계도 갑작스러운 악재에 울상을 짓고 있다. 골프용품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만큼 우즈의 카리스마는 절대적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월간 골프다이제스트는 당장 판매 부수가 줄어들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나이키골프와 면도기 회사인 질레트 등도 매출이 줄어들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달 초만 해도 우즈에 대한 지지 입장을 나타냈던 광고주들은 우즈가 자신의 불륜 사실을 시인하자 TV와 신문광고에서 우즈의 사진을 삭제하느라 동분서주하는 모습이다. 음료업체인 게토레이는 우즈의 부적절한 행동이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우즈의 얼굴을 담았던 음료를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기록 경신도 무기한 연기=이에 앞서 우즈는 12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불륜 사실을 인정하면서 “자아를 깊이 성찰한 끝에 프로골프 생활에서 물러나 기간을 정하지 않고 쉬기로 결심했다. 앞으로 더 나은 아빠,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얼마나 쉴지 정하지 않은 채 ‘무기한 중단(indefinite break)’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에 따라 시간 문제로 여겨졌던 PGA투어 역대 최다승 기록과 메이저 최다승 기록 경신도 일단 미뤄지게 됐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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