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왕 접견, 정치적으로 이용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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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4일 일본을 방문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부주석이 아키히토(明仁·사진) 일왕(일본에서는 천황)을 파격적으로 예방하게 돼 뒷말이 무성하다. 일본 언론들은 12일 “천황폐하의 정치적 이용을 우려한다”며 이를 결정한 정치권을 크게 비판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이날 “천황과의 면담 약속은 한 달 전에 이뤄지는 게 관례”라며 “지난달 26일 면담을 신청해 불과 20일 만인 15일 면담하는 것은 황실의 관례를 무너뜨린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 신문은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간사장이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에게 시 부주석의 일왕 면담을 성사시켜 달라고 부탁했고, 하토야마 총리는 히라노 히로후미(平野博文) 관방장관을 통해 궁내청에 압력을 넣었다”고 보도했다. 이번 파문은 하케다 신고(羽毛田信吾) 궁내청 장관이 “1개월 전 면담 신청 관행에 어긋난다고 반대했지만 하토야마 총리가 예외를 요청해 이뤄졌다”고 밝히면서 표면화됐다.

‘일왕 접견 1개월 전 신청 룰’은 1995년부터 관행으로 굳어졌다. 고령인 왕의 행사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고 2004년 전립선암 수술을 받은 뒤로는 엄격한 룰이 됐다. 그러나 이번에 오자와 간사장이 이 룰을 깸으로써 일왕을 이용,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추진했다는 비난을 받게 됐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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