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총리 부동산구입자금 11억 비자금 계좌서 인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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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박태준(朴泰俊)국무총리의 명의신탁 부동산 6건의 구입자금 중 11억여원이 포철 회장 재직시 협력업체로부터 받은 뇌물과 비자금 관리 계좌에서 나온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이같은 사실은 서울행정법원이 17일 판결 선고한 증여세 등 부과처분 취소소송 재판기록 중 피고측인 역삼세무서가 제출한 '부동산 구입자금 조사내역' 에서 밝혀졌다.

재판기록에 따르면 朴총리가 1989~90년 포철회장 재직시 친인척 및 직원 명의로 관리하던 가.차명 계좌에서 인출된 11억1천만원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카센터 부지와 신사동 상가, 오장동 K주차빌딩 부지 구입 및 건물신축비 등 3건의 부동산을 구입하는 데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부동산 구입자금으로 사용된 11억1천만원 중에는 朴총리가 S강업 대표 李모씨와 P버스 대표 黃모씨, J내화 李모씨 등 포철 협력업체 사장 3명으로부터 상납받은 뇌물 6억2천만원이 포함됐다.

이중 2억7천만원은 골프장 구입에 투자됐다가 D투자금융 어음관리계좌(CMA)에 흘러들어가 빌딩 신축비로 사용됐고, 나머지 3억5천만원은 친인척.직원 등 10여개 차명계좌에 분산돼 입출금되는 등 수차례 자금세탁 과정을 거친 것으로 나타났다.

朴총리는 90년 8월 역삼동 카센터를 구입할 당시 포철 거래선으로부터 조성한 비자금을 관리하던 朴모.徐모씨 명의의 차명계좌와 딸 등 자녀 명의로 된 4개 차명계좌에서 계약금 등 3억6천만원을 인출했다.

91년 4월 신사동 상가를 매입할 때는 처남 장모씨 등 명의의 7개 차명계좌에서 4억8천만원을 인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 朴총리 뇌물수수.횡령 사건〓국세청은 93년 포철과 계열사.협력회사가 7백30억원의 세금을 탈루한 사실과 朴총리가 계열사 및 협력회사로부터 사례금조로 56억원을 받은 혐의를 적발, 횡령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고발된 수뢰 및 횡령액에 대한 수사결과 朴총리가 39억여원을 뇌물로 받아 이중 33억원을 부동산 구입에 사용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朴총리는 당시 일본에 체류 중이어서 기소중지됐으며, 朴총리는 94년 귀국해 조사를 받고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기소됐으나 이듬해 8월 사면조치로 공소취소 결정이 내려졌다.

이때 S강업 대표 李씨는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국세청 세무조사 결과에 따르면 朴총리의 재산보유액은 부동산 22건 2백82억원(당시 공시지가 기준)을 포함해 주식 48억원과 예금 30억원 등 모두 3백60억원이었다.

국세청은 명의신탁된 부동산 중 상당수는 朴총리가 계열사나 협력업체 등으로부터 받은 검은 돈으로 구입했다고 설명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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