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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자동차 경기장 1년6개월째 방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전북 군산시 옥서면 선연리 바닷가.

허허벌판에 쇠 파일 수백개와 각종 건축자재가 나뒹굴고 잡초가 무성하다. 1년6개월 전까지만 해도 대형 트럭이 드나들며 흙을 쏟아붓고 지반을 다지느라 파일을 박는 소리가 우렁찼던 곳이다.

세풍그룹이 염전 부지를 활용해 하계올림픽.월드컵축구와 함께 세계 3대 스포츠경기로 꼽히는 F1그랑프리 자동차 경주장을 만들다 부도가 나 공사를 중단, 장기간 방치하고 있다.

공사 재개 여부는 사실상 세풍그룹 손을 떠났고, 대회를 유치한 전북도와 세풍그룹 채권단에 달려 있으나 이들은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다.

◇ 경주장 공사〓세풍그룹이 올해 10월 첫 자동차경주를 열 예정으로 96년 10월 착공했다. 1백5만7천여평에 2천5백여원을 들여 경주장(32만8천여평, 트랙 길이 4.57㎞)과 골프장.호텔을 비롯한 휴양시설(38만8천여평), 요트장(34만여평) 등을 만들 계획이었다. 하지만 세풍그룹이 착공 1년만인 97년 10월 IMF한파가 닥치면서 부도가 났다.

공사는 2백여억원을 투입해 경주장 부지 성토와 호텔 부지 지반 다지기 등 전체 공정의 15%까지 이루어진 채 98년 11월 중단했다.

◇ 공사 재개 가능성〓세풍그룹 채권단과 전북도는 공사 재개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고 있다.

총 4천여억원의 채권을 가진 조흥.제일.외환.전북은행 등은 돈을 빌려주면서 담보로 잡은 부지가 공사 마무리 및 대회 개최로 땅값이 올라야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다.

전북도 역시 대회 유치에 큰 공을 들였던데다 관광산업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기대하며 사업을 속행시키려 하고 있다. 그러나 공사 주체에 대해선 서로 등을 떠밀고 있다.

◇ 양측 입장〓전북도는 채권단이 공사를 주관하면 해외자본 유치를 도와주는 등 적극 협조하겠다고 한다. 먼저 해외자본가들이 투자를 꺼리게 하는 부지의 근저당을 풀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회상(鄭會相)국제정책실장은 "투자할 의향을 가진 해외자본가들은 많다" 며 "채권단이 근저당을 해제하고 공사를 재개하면 최대한 지원할 계획이다" 고 말했다.

반면 채권단은 지난 3월 말 도가 부지를 매입하거나 해외자본 등을 끌어다 공사를 재개할 경우 협조한다는 최종 방침을 정했다. 근저당 해제 또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 문제점〓전북도는 채권단이 발벗고 나서지 않으면 국토이용계획상 준도시지역으로 변경(97년 5월)해줬던 염전부지를 준농림지역으로 환원하겠다는 입장이다. F1그랑프리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럴 경우 전북도는 신뢰도가 떨어질 뿐 아니라 이미 손을 댄 염전부지는 어떤 용도로도 쓰기 어려워진다.

환경단체들은 공사를 중단한 땅들을 장기간 방치하면 토양 성분이 산성화하는 등 환경면에서도 부작용이 적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군산〓서형식 기자

*** F1(Formula1)그랑프리란…

◇ F1(Formula1)그랑프리〓세계 자동차경주 중 가장 권위 있는 대회. 올해 경남 창원에서 열린 F3가 배기량 2천㏄ 이하 엔진 차량으로 하는 것과는 달리 F1은 3천㏄.10기통.자연흡입 엔진 차량을 사용한다.

F1 레이스에 참가하려면 F3와 F3000(배기량 3천㏄, 8기통 이하)를 먼저 통과해야 한다. 매년 16개국을 순회하며 17번(마지막 국가에선 2번) 경기를 해 성적을 합산한다. 우승자의 상금은 관례에 따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1천만달러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주마다 3백5㎞를 넘는 거리를 시속 3백㎞ 이상으로 달린다. 군산에서는 4.57㎞ 트랙을 67바퀴(3백6㎞) 돌게 할 계획이었다.

현재 아시아에서 F1그랑프리를 열고 있는 나라는 일본 그리고 지난해 처음으로 개최한 말레이지아뿐이다.

전북도는 96년 4월 영국에 본부가 있는 국제자동차연맹(FOA)과 1998~2002년 매년 1차례씩 군산에서 경기를 갖기로 합의, 세풍그룹에 경주장 건설 등을 맡겼었다.

그러나 경기장 건설이 계획대로 안돼 첫 경기를 올해 10월로 미뤘었는데 이마저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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