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방위산업체 육성 시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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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내 방위산업체의 기술력과 무기중개상의 로비활동은 반비례 관계다.

방위산업체의 기술수준이 높으면 해외 도입을 중개하는 무기상의 활동범위는 축소되게 마련이다.

무기의 해외구매 방식은 직구매와 기술이전구매 두가지. 무기중개상들은 커미션이 많이 남는 직구매를 선호한다.

이 방식은 국내에서 조달할 수 없는 무기를 해외에서 직접 사오는 방법이다. 무기상들은 총사업비의 3~10%를 커미션으로 받는다.

그러나 국내 방위산업체가 생산.개발에 참여하는 기술이전 방식의 커미션은 직구매의 30%도 안된다.

무기중개상들은 육군보다 국산화율이 낮아 상대적으로 외국도입이 많은 해.공군 무기쪽을 파고 든다. 방위산업진흥회에 따르면 1998년 방위산업체가 생산하는 제품 중 육군장비의 국산화율이 85%인 반면 해군장비는 71%, 공군장비는 40%에 불과했다.

방위산업진흥회 김명대(金明大)이사는 "무기중개상의 70%가 해.공군 출신" 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국산화 비율이 높은 분야에선 로비스트들의 활동 공간이 그만큼 좁아진다.

하지만 국내 방위산업체의 현실은 밝지만은 않다.

장갑차를 생산하는 대우중공업은 98년 가동률이 46.8%에 그치는 등 기름기가 마른 생산라인이 한둘이 아니다.

국내 79개 방위산업체의 평균 가동률은 92년 59.8%에서 해마다 떨어져 98년에는 52.8%를 기록했다. 적자규모도 지난해만 1천2백37억원에 달했다.

기술력이 낮으면 구매자 입장이어도 제 목소리를 낼 수 없다.

국방부 무기획득업무에 관여했던 A씨는 "구매자인 우리가 현지 생산공장에서 품질을 검사하겠다는 조항마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고 말했다.

그는 80년대 말 잠수함 사업을 예로 들며 "우리 기술진이 독일업체에 상주하면서 인수검사를 했지만 정작 중요한 장비의 설계기술 등 기술자료의 열람은 불가능했다" 고 밝혔다.

전 국방부 국제법과장 윤치영(尹致英)변호사는 "해외 직구매는 수요가 적은 최첨단 무기 일부에 한정하고, 기술이전 도입비용이 직구매 가격의 1.2배를 넘지 않으면 기술이전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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