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처방] 무기구매 전문가 키워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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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근 재미동포 로비스트 린다 김의 로비 의혹이 불거져 나오면서 적지 않은 국민이 군의 무기획득절차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이 글을 통해 무기구매 과정을 설명하고 향후 보완해야 할 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동안 무기 구매과정에서 특정업체에 대한 특혜와 고가 구매.로비 여부 등의 각종 의혹이 제기돼 왔다. 이중 수사를 통해 비리가 확인된 것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군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본다.

국방부는 방위력 향상을 위해 매년 엄청난 예산을 들여 소총부터 전투기.함정.전차까지 다양한 무기와 장비를 구매하고 있다.

군은 국민의 혈세가 들어가는 국책사업을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국방획득관리규정을 두고 있다.

무기획득체계의 첫 단계는 각 군이 해당 무기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시작된다. 합참이 이를 검토, 필요하다고 결정하면 추진되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 업체의 로비는 사실 자연스러운 것이다. 군이 무기체계의 구상에 들어감에 따라 업체는 자신들의 무기를 소개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군이 일부 업체의 장비만을 검토하면 로비 의혹에 휘말리게 된다. 따라서 군은 관련 무기체계에 대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수집, 공유하는 체계가 필요하고 이들 통해 객관성.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다음 단계는 국방부가 군이 요구한 무기체계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고 특정 장비를 사들이는 과정이다.

이 과정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다. 연구개발사업의 경우 개념연구.탐색개발.체계개발 단계를 거치게 된다.

국외도입사업은 업체 제안서를 기초로 시험평가.협상을 거쳐 도입방법.기종을 결정한다. 도입방법은 기술도입 생산방식과 해외구매방식으로 구분된다.

통상 비리 의혹은 국외도입사업 추진 때 기종 결정 과정에서 제기되고 있다. 최근 보도된 백두사업 비리 의혹도 기종결정 때 린다 김의 로비 여부가 문제의 핵심이다.

따라서 기종 결정 때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해야 함은 물론이고 평가 결과를 참여업체뿐만 아니라 언론에도 밝혀야 한다. 아울러 탈락업체의 무분별한 민원 제기를 막기 위해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

획득사업은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그 실무담당자는 장기간의 경험과 전문지식을 갖춰야 한다. 특히 무기체계가 날로 대형화.복합화.정보화함에 따라 올바른 의사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획득업무 인력의 전문성 확보가 절실하다.

그러나 현재 획득업무 종사자는 1~2년 단위로 바뀌기 때문에 전문성을 갖추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방부도 이미 이를 알고 있으나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

국방부는 앞으로 비리방지뿐만 아니라 효율적인 획득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전문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인사제도를 수립, 실천해야 할 것이다.

또 복잡한 획득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비용절감을 위해 불필요한 절차와 규정을 폐지 내지 축소하고 있다.

사업추진상 필요한 권한과 책임을 대폭 위임하고, 의사결정 기간을 단축하며 비용 증가 요인이 되는 요소를 과감히 없애야 한다.

마지막으로 획득사업 관련 정보를 대폭 공개해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최근 국방부는 무기사업에 관련한 비밀을 완화하고 공개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개선 노력을 보이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획득사업에 참여하는 업체가 불편하지 않도록 더 과감한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

또 각종 전시회와 군부대 견학을 확대, 국민의 혈세로 구입한 무기체계의 운용상황을 직접 볼 수 있도록 대(對)국민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최성빈 <국방연구원 무기체계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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