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명함도 있는 진짜 만화가랍니다.”
해찬군은 “평소 만화책 후기를 읽으면서 ‘작가님 엄살이 심하네’라고 생각했는데, 만화를 직접 그려보고 나서야 마감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태성 기자]
“주인공 차니가 저와 똑 닮아서 신나게 그릴 수 있었어요. 책이 나오니까 친구들이 ‘책 잘 팔리면 용돈도 많이 받겠다’며 부러워하더라고요.”
박군은 올 초 열린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초등부 최고상인 금상을 수상했다. 상상으로 직접 만들어낸 역사 이야기 『임진왜란비전』이라는 만화였다. 박군의 그림을 눈 여겨 본 출판사 사장이 “책 한번 내보자”며 제안을 했다.
“재미있을 것 같아 시작은 했지만 덕분에 여름방학 내내 놀지도 못했어요. 그리고 싶을 때 맘대로 그리는 게 아니라 마감을 지키면서 꾸준히 하려니까 힘들더라고요. 그래도 『아기공룡 둘리』를 그린 김수정 선생님을 출판사에서 만나 사인까지 받았을 땐 정말 기뻤습니다.”
박군은 취학 전부터 알아주는 ‘낙서쟁이’였다. 순식간에 집안의 모든 벽에 그림을 그려놓아 엄마를 힘들게 했다. 하지만 만화를 좋아하는 엄마 덕분에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만화를 즐겨볼 수 있었다. 『그리스 로마 신화』『삼국지』『조선왕조실록』등도 모두 만화로 독파했다.
“4학년 때는 김우영 작가의 만화 『뚱딴지 조선시대』가 너무 재미있어서, 그걸 흉내 내 『박누룽지와 박솥뚜껑의 조선팔도 모험기』라는 만화를 그렸어요. 복사해서 책처럼 만들어 아이들에게 보여주니 인기폭발이었죠. 이미 7편까지 나온 제 대표작이에요.”
박군은 미술학원에 다닌 적이 있었지만,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똑같은 것만 계속 그리는 게 지겨워져 금방 그만뒀다고 한다. “그림보다 말 풍선이 있는 만화가 재미있더라고요. 꽉 찬 이쑤시개통을 보면 이쑤시개들이 ‘아유 답답해. 나 좀 빼 줘’라고 아우성치는 것 같지 않아요? 그런 대사를 말 풍선 안에 써 넣으면 멋진 만화가 되죠.”
자신의 첫 만화책을 낸 박군은 요즘 걱정이 생겼다. “만화는 계속 그리겠지만, 만화가의 꿈을 이룬 다음 뭐가 돼야 할까” 하는 고민이다. “새로운 꿈은 영화감독으로 정했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팀 버튼 감독처럼 돼서 ‘비틀 쥬스’ ‘찰리와 초콜릿 공장’ ‘가위손’ 같은 영화를 잔뜩 만들고 싶어요.”
이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