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낙서쟁이 초등생 “만화가 됐어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6면

“저는 명함도 있는 진짜 만화가랍니다.”

해찬군은 “평소 만화책 후기를 읽으면서 ‘작가님 엄살이 심하네’라고 생각했는데, 만화를 직접 그려보고 나서야 마감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태성 기자]

서울 청운초등학교 6학년 박해찬군. 박군은 최근 『괴짜 만화가 차니』(거북이북스)라는 만동화(만화+동화) 책을 내고 만화가로 데뷔했다. 작가 최금락씨가 스토리를 쓰고, 박군이 일러스트와 만화를 그린 책이다. 만화가가 되고 싶어하는 엉뚱한 초등학생 차니의 이야기를 담았다.

“주인공 차니가 저와 똑 닮아서 신나게 그릴 수 있었어요. 책이 나오니까 친구들이 ‘책 잘 팔리면 용돈도 많이 받겠다’며 부러워하더라고요.”

박군은 올 초 열린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초등부 최고상인 금상을 수상했다. 상상으로 직접 만들어낸 역사 이야기 『임진왜란비전』이라는 만화였다. 박군의 그림을 눈 여겨 본 출판사 사장이 “책 한번 내보자”며 제안을 했다.

“재미있을 것 같아 시작은 했지만 덕분에 여름방학 내내 놀지도 못했어요. 그리고 싶을 때 맘대로 그리는 게 아니라 마감을 지키면서 꾸준히 하려니까 힘들더라고요. 그래도 『아기공룡 둘리』를 그린 김수정 선생님을 출판사에서 만나 사인까지 받았을 땐 정말 기뻤습니다.”

박군은 취학 전부터 알아주는 ‘낙서쟁이’였다. 순식간에 집안의 모든 벽에 그림을 그려놓아 엄마를 힘들게 했다. 하지만 만화를 좋아하는 엄마 덕분에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만화를 즐겨볼 수 있었다. 『그리스 로마 신화』『삼국지』『조선왕조실록』등도 모두 만화로 독파했다.

“4학년 때는 김우영 작가의 만화 『뚱딴지 조선시대』가 너무 재미있어서, 그걸 흉내 내 『박누룽지와 박솥뚜껑의 조선팔도 모험기』라는 만화를 그렸어요. 복사해서 책처럼 만들어 아이들에게 보여주니 인기폭발이었죠. 이미 7편까지 나온 제 대표작이에요.”

박군은 미술학원에 다닌 적이 있었지만,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똑같은 것만 계속 그리는 게 지겨워져 금방 그만뒀다고 한다. “그림보다 말 풍선이 있는 만화가 재미있더라고요. 꽉 찬 이쑤시개통을 보면 이쑤시개들이 ‘아유 답답해. 나 좀 빼 줘’라고 아우성치는 것 같지 않아요? 그런 대사를 말 풍선 안에 써 넣으면 멋진 만화가 되죠.”

자신의 첫 만화책을 낸 박군은 요즘 걱정이 생겼다. “만화는 계속 그리겠지만, 만화가의 꿈을 이룬 다음 뭐가 돼야 할까” 하는 고민이다. “새로운 꿈은 영화감독으로 정했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팀 버튼 감독처럼 돼서 ‘비틀 쥬스’ ‘찰리와 초콜릿 공장’ ‘가위손’ 같은 영화를 잔뜩 만들고 싶어요.”

이영희 기자 , 사진=김태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