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국계 앵커 미국 ABC 간판 프로 맡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6면

한국계 이민 1.5세 앵커가 미국 3대 지상파 방송의 하나인 ABC의 아침 간판 프로그램 ‘굿모닝 아메리카’ 진행자로 발탁됐다. ABC 기자 겸 앵커로 활약해온 주주 장(44·한국명 장현주·사진)씨다. 한국계 방송인이 미 3대 방송의 간판 프로그램 진행자로 뽑힌 건 처음이다.

ABC는 굿모닝 아메리카 공동 사회자인 다이앤 소이어와 뉴스 앵커 크리스 쿠오모 대신 각각 조지 스테파노폴로스와 주주 장으로 교체할 예정이라고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두 사람은 14일 프로그램부터 진행을 맡게 된다.

장씨는 4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이민 왔다. 엔지니어가 꿈이었으나 중국계 앵커 우먼 코니 정의 영향을 받아 언론인이 됐다. 스탠퍼드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으며 졸업 때 에드윈 코트렐 정치학상을 받았다. 1987년 ABC 그룹에 입사하자마자 한국계라는 배경 덕에 88 서울올림픽을 취재했고 91년 걸프전 때는 종군기자로도 활약했다. 96년부터 백악관과 의회를 출입했으며 미 대통령선거와 TWA 여객기 추락 사고 취재로 명성을 얻었다.

그는 방송계의 아카데미상이라고 불리는 에미상을 두 차례 수상했다. 여성 언론인이 다룬 여성 관련 방송 프로그램에 주는 그레이시상도 두 번 받았다. 최근까지 ‘20/20’와 ‘굿모닝 아메리카’, ‘ABC 뉴스 나우’, ‘나이트라인’ 프로그램 취재기자로 일했다. 굿모닝 아메리카 주말 방송에선 앵커로도 출연했다.

95년 NBC 책임 프로듀서였던 닐 샤피로와 결혼해 세 자녀를 두고 있다. 그가 ABC 홈페이지에 운영하는 ‘주주 저글스(JuJu Juggles)’라는 블로그는 육아와 앵커 일을 병행하며 자신이 겪는 어려움과 생활 속에서 느끼는 이야기를 진솔하게 소개해 주부들에게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는 캘리포니아주에서 호텔업을 하며 자신을 키운 부모의 이야기도 솔직하게 공개하기도 했다.

그의 전임자 쿠오모는 전 뉴욕주지사 마리오 쿠오모의 아들이다. 쿠오모는 현재 ABC와 다른 프로그램으로 옮기는 방안을 협상 중이다. 장씨와 함께 새로 굿모닝 아메리카의 사회자가 된 스테파노폴로스는 ABC의 주말 토크쇼 ‘디스 위크’를 진행하고 있는 ABC 간판 앵커다. 스테파노폴로스는 정치 토크쇼 진행자답게 굿모닝 아메리카를 정통 뉴스 프로그램으로 개편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 외에 기존 공동 사회자 로빈 로버츠와 기상 캐스터 샘 챔피언은 유임될 전망이다.

굿모닝 아메리카는 75년부터 방송된 ABC 뉴스 프로그램으로 공동 사회자 2명과 뉴스 앵커 및 기상 캐스터가 함께 진행한다. 같은 시간대 시청률 1위인 NBC의 ‘투데이’와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ABC가 진행자 두 명을 전격 교체한 것도 2000년대 들어 NBC에 빼앗긴 1위 자리를 탈환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되고 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