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전문가들도 백화현상의 정확한 원인을 알지 못했다. 육지에서 내려온 오염물질이나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에서 날아오른 먼지 속의 곰팡이가 원인이란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로 해수 온도가 올라간 게 가장 큰 원인일 것으로 추정해왔다. 여기에 인류가 내뿜은 이산화탄소(CO2)가 바닷물에 녹아들어 산성도를 높인 것도 한몫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07년 유엔 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IPCC)는 지구 평균기온이 1도만 상승해도 전 세계 산호의 80% 이상이 하얗게 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바닷물 산성화가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2050년이면 산호가 10%도 남지 않을 것이란 예측도 있다.
최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홀링스 해양연구소 과학자들은 의문에 싸였던 백화현상의 원인을 밝혀냈다. ‘비브리오 콜랄릴리티쿠스’라는 두 얼굴을 가진 세균이 원인이란 설명이다. 이 세균은 저온에서는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지만 수온이 24도를 넘으면 독성 화학물질을 배출해 산호에 스트레스를 준다는 것이다. 온난화는 생태계뿐만 아니라 부메랑이 돼 인간의 삶까지 허물고 있다. 남태평양 파푸아뉴기니의 작은 산호섬 카터렛의 1700여 명 주민에게는 해수면 상승이 눈앞의 공포로 다가오고 있다.
해수면보다 평균 1.5m밖에 높지 않은 이 섬은 1960년대부터 침식이 계속돼 5~6년 후면 면적 0.6㎢인 섬 전체가 바닷속에 잠길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미 바닷가 쪽 코코넛 나무도 뿌리째 뽑혀 쓰러지기 시작했고, 손바닥만 한 섬의 농경지에는 짠 바닷물이 밀어닥쳐 농작물마저 죽어버렸다. 파푸아뉴기니 정부도 주민을 이른 시일 내 이주시킬 계획이다.
온실가스 감축 방안을 논의하는 기후변화회의가 7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시작됐다. 이번 회의를 두고 지구와 인류를 구할 마지막 기회라고 한다. 그만큼 산호초나 카터렛 섬 주민처럼 지구와 인류의 미래 역시 위기에 다가가고 있음을 다들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