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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온난화 부메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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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1970년대부터 전 세계 바닷속에서 질병이 퍼지기 시작했다. 땅 위의 열대우림에 비견될 만큼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는 산호초가 사막처럼 변했다. 산호충이 공생하던 조류(藻類)를 뱉어버리고 아름다운 색깔을 잃는 백화현상이었다. 이미 전 세계 산호초의 30%를 죽게 한 백화현상은 호주의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에서도 심각하게 퍼져 나가고 있다.

그동안 전문가들도 백화현상의 정확한 원인을 알지 못했다. 육지에서 내려온 오염물질이나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에서 날아오른 먼지 속의 곰팡이가 원인이란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로 해수 온도가 올라간 게 가장 큰 원인일 것으로 추정해왔다. 여기에 인류가 내뿜은 이산화탄소(CO2)가 바닷물에 녹아들어 산성도를 높인 것도 한몫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07년 유엔 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IPCC)는 지구 평균기온이 1도만 상승해도 전 세계 산호의 80% 이상이 하얗게 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바닷물 산성화가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2050년이면 산호가 10%도 남지 않을 것이란 예측도 있다.

최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홀링스 해양연구소 과학자들은 의문에 싸였던 백화현상의 원인을 밝혀냈다. ‘비브리오 콜랄릴리티쿠스’라는 두 얼굴을 가진 세균이 원인이란 설명이다. 이 세균은 저온에서는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지만 수온이 24도를 넘으면 독성 화학물질을 배출해 산호에 스트레스를 준다는 것이다. 온난화는 생태계뿐만 아니라 부메랑이 돼 인간의 삶까지 허물고 있다. 남태평양 파푸아뉴기니의 작은 산호섬 카터렛의 1700여 명 주민에게는 해수면 상승이 눈앞의 공포로 다가오고 있다.

해수면보다 평균 1.5m밖에 높지 않은 이 섬은 1960년대부터 침식이 계속돼 5~6년 후면 면적 0.6㎢인 섬 전체가 바닷속에 잠길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미 바닷가 쪽 코코넛 나무도 뿌리째 뽑혀 쓰러지기 시작했고, 손바닥만 한 섬의 농경지에는 짠 바닷물이 밀어닥쳐 농작물마저 죽어버렸다. 파푸아뉴기니 정부도 주민을 이른 시일 내 이주시킬 계획이다.

온실가스 감축 방안을 논의하는 기후변화회의가 7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시작됐다. 이번 회의를 두고 지구와 인류를 구할 마지막 기회라고 한다. 그만큼 산호초나 카터렛 섬 주민처럼 지구와 인류의 미래 역시 위기에 다가가고 있음을 다들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