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천적 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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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본선 16강전> ○ 천야오예 9단 ● 최철한 9단

제5보(50~64)=기분 나쁜 상대가 있다. 바둑을 두면 이상하게 안 풀리고 정신의 리듬도 뭔지 모르게 꼬인다. 대부분의 ‘천적’은 이런 식으로 형성된다. 창하오는 구리에게 11연패쯤 당했을 것이다. 이창호는 강동윤과 최철한에게 전적이 영 나쁘고 박영훈은 쿵제에게 승률이 20%밖에 안 된다. 최철한은 천야오예에게 1승3패다. 성격이나 기풍의 미묘한 상극성이 이런 비정상적 관계를 만들어 낸다.

51로 급소를 친다. 최철한 9단은 지금 ‘공격 중’이다. 그러나 천야오예 9단이 52로 덤덤히 뛰어나오니 신바람 대신 속으로 은근히 기분이 나빠지고 있다. 51로는 ‘참고도 1’ 흑1로 뛰어야 했을까. 하지만 이것도 백6까지 슬슬 빠져나오면 공격 수단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우변에 기대며 흑을 두텁게 한다. 공격을 위해 힘을 비축하는 것인데 그 바람에 우변 백 집이 통통하게 여물어 가는 것은 어찌할 수 없다.

적에게 그런 선물을 안겨 줬으면 파괴력 있는 한 방이 뒤를 따라야 제격이다. 바로 ‘참고도 2’ 흑1의 끼움이다. 하지만 지금은 흑도 약해 백6까지 오히려 흑이 잡히고 만다. 결국 백은 62까지 사정권을 벗어났고 64로 지키는 여유마저 얻고 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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