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쓴소리] 믿고 맡긴 우체국 꽃배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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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어버이날을 맞아 지방에 계신 친정 부모님을 찾아뵙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다. 그러던 중 우체국이 카네이션 꽃배달 서비스를 해준다고 해 어버이날 이틀 전 전화로 꽃배달 주문을 했다.

지난해 유명 카드업체를 통해 꽃바구니를 주문했다가 엉성한 꽃바구니에 실망했던 기억이 나 이번엔 믿음직한 우체국을 택했다. 그러나 이것도 오산임을 뼈저리게 느꼈다.

부모님은 어버이날 당일 꽃을 받지 못하셨다고 한다. 확인 결과 우체국과 계약한 꽃집이 개점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내 주문을 깜빡 잊었다는 것이다.

신경써야 할 기념일에 무성의하게 일한 꽃집이 우선적으로 잘못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경험이 부족한 꽃집과 계약을 한 우체국도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꽃은 일반상품과 달리 배달받고 나면 교환할 수 없는 선물이다. 그런 약점을 이용해 아무 업체나 배달을 맡긴 것은 아닌지 의문이 간다.

곁에 자식이 없어 꽃 한송이 받지 못하고 허전한 하루를 보내셨을 부모님을 생각하니 밤새 잠이 오지 않았다.

이동숙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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