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 김 95년부터 로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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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무기거래 로비스트 린다 김(48.여.한국명 김귀옥)이 국방부가 백두.금강사업의 납품업체 선정작업을 진행하던 1995년부터 당시 이양호(李養鎬)국방부장관과 황명수(黃明秀)국회 국방위원장 등 고위 인사들과 알고지낸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본지가 단독 입수한 린다 김이 李씨에게 보낸 편지와 관련자의 증언을 통해 확인됐다.

李씨는 지금까지 "사업자 선정을 위한 실무작업은 95년 진행됐으며, 린다 김을 만난 시점은 장관 결재를 앞둔 96년 3월이기 때문에 그녀를 도와줄 수 없었다" 고 주장해왔다.

이에 따라 李씨가 백두사업 등과 관련, 린다 김으로부터 직접 로비를 받은 사실을 숨기기 위해 그녀와 만난 시점을 은폐했다는 의혹이 강하게 일고 있다.

또 국방부가 당초 95년 4월 백두사업 장비를 사용하게 될 국방부 직할부대가 감청장비와 비행기를 평가.건의하도록 결정했다가 그해 7월 갑자기 방침을 변경, 이 부대의 의견을 무시하고 린다 김이 로비스트로 활동한 E시스템사를 납품업체로 1차 선정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취재팀은 이러한 사실도 백두사업에 관여했던 관계자들의 증언을 통해 확인했다.

게다가 국방부는 95년 당초 FMS(정부 대 정부 구매계약)방식으로 백두.금강사업의 정찰기(호커800)를 사들이기로 했으나 납품업체 선정 이후 계약단계에서 상용(정부 대 민간 구매계약)방식으로 갑자기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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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MS 방식은 미국정부가 제조회사의 로비자금 규모를 몇만달러 정도로 제한하는 반면 상용구매에선 제한규정이 없어 통상 제조회사측이 성공한 로비스트에게 수백만달러 수준의 커미션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린다 김은 국방부의 구매방식 변경으로 이들 사업에서 엄청난 커미션을 받았을 수도 있다.

李전장관이 린다 김과 만난 시점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백두사업의 구매방식이 변경된 점이 드러남에 따라 이 부분에 대한 수사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린다 김이 李씨에게 보낸 편지〓여러 편지 가운데 5쪽짜리 한통에는 '어느덧 한해가 가고 있습니다.

이런 마음의 고백이 아직도 우리 사이에 허락되는 것인지. 당신을 만나러 떠날 예정이며, 한국시간으로 1월 8일(월요일 밤)도착하겠지요' 라고 적혀 있다.

1월 8일이 월요일인 해는 1996년이다.

이 편지로 미뤄 李전장관은 96년 3월 이전부터 린다 김을 알고 지냈으며, 서신을 작성한 시점이 95년 12월말께라는 것을 짐작케 한다.

또 같은 사신에서 '김윤주 선생께 자꾸 당신을 만나게 해달라는 것도 민망스럽고 부끄럽습니다' 라고 쓰여 있다(李씨는 취재팀에 김영삼 전 대통령의 측근인 김윤도 변호사의 이름을 잘못 쓴 것이라고 확인해줬다).

이는 金변호사가 95년말 훨씬 이전에 李씨와 린다 김을 만나게 해줬을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 관계자 증언〓금진호(琴震鎬)전 의원은 "琴의원이 96년 6월 국회 로비에서 내게 린다 김을 만나달라고 부탁했다" 는 황명수 전 국방위원장의 주장과 관련, "노태우(盧泰愚)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이 폭로된 95년 10월 이후에는 국회에 간 적이 없었기 때문에 소개를 해준 시점은 95년 10월 이전이 확실하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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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언.채병건.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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