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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리와 겨루려면 …’ 일본차 줄줄이 가격 인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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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도요타코리아가 올해 10월 내놓은 중형차 캠리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혼다가 캠리 출시 직전 이에 맞대응하기 위해 어코드 가격을 10% 가까이 내린 데 이어, 이달에는 닛산도 주력 세단인 알티마의 가격을 인하했다.

캠리2.5는 업계 예상을 깨고 3490만원이라는 경쟁력 있는 가격에 출시되면서 바람몰이를 했다. 출시 한 달 보름 만에 5000대가 계약돼 6개월 정도 출고가 밀려 있을 정도다. 지금 계약해도 내년 6월께나 차를 받을 수 있다. 공급 물량이 월 500∼600대에 불과해서다. 이 차는 지난달 모델별 수입차 판매 순위에서 단숨에 1위(451대)에 올랐다. 다음은 벤츠 E300(361대), BMW 528(211대) 순이었다.

캠리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세계 중형차의 표준으로 불리는 세단이다. 미국에서만 연간 40만 대 이상 팔려 7년 연속 베스트 셀링카에 올랐다.

닛산코리아는 이달 2일 2010년형 뉴 알티마를 출시하면서 기존 모델 대비 300만원이나 가격을 낮춘 3390만원(2.5)과 3690만원(3.5)에 내놓았다. 디자인을 바꾸고 편의사양을 늘린 데다 내장도 고급스럽게 하면서 가격은 크게 낮춘 것이다. 출시 일주일 만에 노후차 교체 수요까지 있어 500여 대가 계약됐다. 알티마3.5는 캠리2.5보다 가격이 불과 200만원 비싼 데다 엔진 출력도 100마력 이상 높아 브랜드를 제외한 모든 면에서 캠리를 압도한다. 더구나 3.5 모델의 연비가 10.3㎞/L로 기존 모델보다 10% 향상돼 동급 최고 수준이다.

닛산코리아 박준석 과장은 “편의사양이 동급 최고인 데다 실내 공간이 넓어 제2의 캠리 돌풍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미국에서 캠리와 대등하게 경쟁하는 알티마의 국내 인지도가 낮아 고민해왔다. 올해 1∼11월 알티마 2.5와 3.5의 총 판매대수는 541대다. 일주일 만에 대략 1년치 판매 대수를 기록한 셈이다.

수입차 업계에서는 알티마 가격 인하를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100엔당 1300원을 넘나드는 엔고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일어난 예상치 못한 공세이기 때문이다. 캠리 출시 직전인 10월 초 가격을 내린 혼다 어코드2.4는 캠리보다 100만원 비싸지만 9월 102대였던 판매대수가 10월 188대, 11월 125대로 늘었다.

자동차산업 평론가 심정택씨는 “캠리 돌풍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엔고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가격 인하에 나서면서 내년에는 수입차 시장에서 일본차 점유율이 50%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한편 도요타코리아는 캠리와 같은 차체를 사용하는 렉서스 ES350 판매가 부진하자 이달 한 달간 노후차 교체 고객이 ES350을 구입할 경우 100만원 상당의 주유 쿠폰을 제공하는 마케팅을 한다. 도요타는 기존 렉서스 보유 고객이 같은 브랜드 차량을 재구매할 경우 최대 300만원까지 신차 구입비를 지원한다.

국산차 업체도 캠리를 의식한다. 기아차가 캠리의 대항마 격으로 내놓은 준대형 K7은 출시 보름 만에 계약 1만 대를 돌파했다. 기아차는 대외비 영업사원 자료에 캠리 대비 우수한 K7의 옵션을 알리는 내용을 교육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달 초 고급 사양을 보강한 2010년형 그랜저를 내놓았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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