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경제 ‘테코노믹스’ 거스르면 생존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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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지금은 바야흐로 테코노믹스(Techonomics)의 시대다.”

테크플러스 포럼 강연차 방한한 매티 매디슨(사진) 미국 스탠퍼드연구소 과학·기술·경제개발센터장은 9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테코노믹스란 기술(Technology)과 경제(Economics)를 합친 신조어. 기술 혁신을 바탕으로 하는 첨단 지식기반경제 사회로 접어들면서 국가·기업 등의 경제 활동과 기술이 이젠 떼려야 뗄 수 없는 세상이 됐음을 나타낸 표현이다.

매디슨 센터장은 “국가나 기업은 생존하고 혁신하기 위해 신기술을 찾아야만 하고, 다른 한편으로 경제성 없는 기술은 살아남지 못한다는 의미가 테코노믹스란 단어에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테코노믹스 조류에 따라 기업의 인수합병(M&A) 형태도 바뀌었다고 매디슨 센터장은 덧붙였다. 예전에는 석유회사가 다른 석유사를 M&A하는 식의 덩치 키우기에 주력했으나 이젠 필요한 기술과 지식을 얻으려는 목적으로 벤처를 M&A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른바 빅3라는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실패한 이유도 ‘기술 기반 혁신’이라는 테코노믹스 시대의 과제를 좇지 않은 데 있다고 분석했다. 크고 비싼 차를 만들기에만 여념이 없었지 연료 효율이 더 높아지기를 바라는 고객의 욕구를 파악해 하이브리드카 같은 혁신 기술을 개발하는 데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매디슨 센터장은 “테코노믹스 시대에 기업들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사업가로서의 안목을 가진 과학기술자가 많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의 대학 교수들은 공학도들에게 기술을 개발해서 창업하라고 꾸준히 독려한다는 것이다. 경제적 가치가 있는 기술을 개발할 줄 알고, 사업가 정신까지 겸비한 인재들을 키워내려는 목적이다.

매디슨 센터장이 속한 스탠퍼드연구소는 세계 125개국의 정부와 기업을 컨설팅 고객으로 갖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정부 연구개발(R&D) 체제에 대한 컨설팅도 했다. 매디슨 센터장은 “한국을 비롯해 많은 나라에서 연구자의 유명세에 따라 정부 연구비가 지원되는 경향이 있다”며 “연구 과제 자체의 사업성과 창의성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기초과학 연구에 대해서는 ‘선택과 집중’을 하라고 했다. 그는 “세계의 리더가 될 수 있는 분야, 그 나라의 산업구조상 꼭 필요한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며 “한국 같으면 정보기술(IT)·소재·나노 등을 전략적으로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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