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야산과 도심에 야생 고양이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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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전국의 야산과 도심에 야생고양이가 급증하며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도립공원인 충남 논산시 벌곡면 대둔산 일대에 서식하는 5백여마리의 들고양이는 개구리.쥐.토끼.새 등을 마구 잡아먹는 바람에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

고양이들은 밤에 민가에까지 내려와 닭.토끼 등에게 피해를 끼치고 있다.

마을주민 김성식(56)씨는 "지난해부터 고양이가 자주 나타나 지금까지 닭 10여마리를 잡아먹었다" 고 말했다.

대전시 중구 문화동 서대전시민공원에는 아침마다 들고양이들에게 잡아먹힌 비둘기들의 깃털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산책나온 주민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고양이들은 아파트 단지에서까지 떼를 지어 다니며 밤길 주민들을 위협하는가 하면 먹을 것을 찾아 쓰레기더미를 뒤지는 바람에 주거환경을 더럽히고 있다.

이들 야생고양이들은 대부분 집에서 키우다 버린 것들이다.

야생동물 보호협회 대전지회 이일범(李一範.44.동물병원장)총무는 "버려진 고양이는 생태계상으로 천적이 없고 번식력도 강해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고 분석했다.

고양이들은 1년에 한두차례 한번에 4~6마리의 새끼를 낳는 왕성한 번식력을 갖고 있다 .

최근 음식물 쓰레기 분리 수거로 먹을거리가 풍부해진데다 동물보호운동이 활발해진 것도 고양이가 늘어난 원인.

동물 전문가에 따르면 애완용 집고양이는 집밖으로 내버려지면 스트레스 때문에 성질이 포악해지며 사람에 해를 끼칠 수 있다.

또 시궁창 등 불결한 장소를 돌아다니며 각종 전염병의 매개체 구실을 하기도 한다.

문제는 야생고양이들을 줄이기 위한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점. 광주 북구의 경우 지난 1월 공공근로인력을 동원, 1백25마리의 고양이를 잡아 80여마리를 안락사시키고 나머지는 불임시술을 시행했다.

그러나 이같은 대책은 고양이의 번식력을 감안한다면 그야말로 미봉책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대구.광주.대전〓홍권삼.천창환.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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