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륙속 '청정 섬' 경북 봉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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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옛 선조들은 절경을 접하고 나면 '산 높고 물 맑은 곳' 이라 일컬었다.

거기에 꼭 들어맞는 곳이 경북 봉화군이다. 이웃 면에 가려면 수백m 고개를 넘어야하고 가는 길을 따라 이어진 계곡에는 맑은 물이 흐른다.

그중에서도 물이 맑은 곳은 백천계곡(소천면). '지금도 열목어가 헤엄치는, '우리나라 최남단의 열목어 서식지다. 계곡 주변으로는 절벽이 둘러서 있고, 바위틈에서는 소나무가 자라고 있어 한폭의 동양화 같은 풍경이다.

백천계곡은 표지판이 제대로 돼 있지 않아 찾기 힘들다. 봉화에서 태백으로 35번 국도를 타고 가다 넛재(8백96m) 정상에서 5.3㎞를 내려가면 마을이 나온다. 그 마을 입구의 음식점 '모리가든' 바로 앞에서 왼쪽으로 접어들어 '현불사' 표지를 따라가면 백천계곡이 나온다.

백천계곡 입구의 민가에는 장작이 쌓여 있다. 계곡에서 봉화읍으로 가는 35번 국도변에서는 주민들이 봄나물을 뜯는다.

국도를 따라 차를 달리며 창밖을 내다보면 경운기보다는 소와 쟁기로 밭을 가는 모습이 더 자주 눈에 띈다. 계속 이어지는, 그런 풍경들을 보다보면 40~50년쯤 전의 세상으로 돌아간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이렇듯 사람도 자연도 옛 모습을 간직한 봉화지만 안동댐 건설로 은어가 자취를 감춰 아쉬움을 준다.

봉화에는 다덕약수.오전약수.두내약수 등 조선시대부터 이름난 약수터 세곳이 있다. 탄산 성분이 많아 톡 쏘는 물 맛이 영락없는 사이다다.

약수터가 작은 우물 모양으로 생긴 두내약수터에서는 사이다를 따랐을 때처럼 기포가 보글보글 올라오는 것을 직접 볼 수 있다.

읍내에서 물야면으로 가는 915번 지방도로 왼쪽에는 놋그릇을 만드는 전통 유기마을이 있다. 두곳의 전시.판매장이 도로에서도 보이도록 큰 간판을 내걸어 쉽게 눈에 띈다. 식기.대접 세트가 4만~5만원. 반짝반짝 빛나는 각종 유기를 그저 구경만 할 수도 있다.

물야면 문수산 꼭대기 부근의 축서사는 신라시대 의상대사가 창건했다는 고찰이지만 옛 건물은 작은 것 한채 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새로 지어 고색 창연한 맛은 없다. 그러나 절에서 내려다보는 산자락의 풍광은 비할 데 없는 절경이다. 절까지 승용차가 들어간다.

봉화 여행에는 영주 부석사를 덤으로 볼 수 있다. 바로 물야면에 붙어 있기 때문이다. 무량수전.조사당 등 국보만 5점이 있는 명찰로 오르는 길에는 요즘 사과꽃이 활짝 피어있다.

글.사진〓권혁주 기자

▶여행쪽지

읍내 36번 국도변 한과마을은 조선 중종때부터 5백여년간 한과를 만들어 왔다.

요즘은 전화 주문을 받아 택배로 부치지만 갑자기 찾아오는 손님을 위해 보관해두는, 1만~5만원짜리 한과 세트도 있다.

직접 가서 사면 세트 상자 모양에 맞추려고 유과 귀퉁이를 자른 것을 잔뜩 덤으로 준다.

숙소는 모텔이 최상급. 다덕약수의 다덕파크(0573-674-0033)와 백천계곡 부근 명산파크(673-9988) 등이 비교적 깨끗한 시설을 갖췄다.

숙박 관련 문의는 군청(679-6394)으로 하면 된다.

봉성면 동양초등학교 앞의 용두식당(673-3144)은 송이돌솥밥으로 유명하다.

송이와 밤.대추 등을 넣어 지은 밥에 송이의 향이 담뿍 배어 있다. 비벼먹으라고 고추장을 함께 주지만 비비면 송이 내음이 사라진다. 찌개와 각종 산나물 등 14가지 찬을 곁들여 1만2천원. 송이만 빼고, 따라 나오는 반찬과 솥밥에 들어가는 재료까지 똑같은 영양돌솥밥은 6천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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