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학파 1세대 김혜원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서울 인사동 학고재에서 14일까지 열리고 있는 김혜원전은 문인화의 본고장 중국에서 공부한 제1세대 한국화가의 역량을 감상할 기회다.

김씨(39)는 이화여대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1992년 한.중수교 직후 베이징(北京)중앙미술학원에서 4년간 수학한 뒤 98년 상하이(上海)미술관 주최로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개인전을 열었던 작가.

이번 전시에는 발묵의 효과가 돋보이는 사의화조화(寫意花鳥畵)와 먹과 물의 친화성을 통해 새로운 기법을 선보인 현대적 문인화, 붓질의 강한 힘(骨力)이 드러나는 서예작품 등 25점을 선보이고 있다.

미술평론가 서정걸은 "등나무나 연꽃.수세미 등 식물에서 느낀 강한 생명력을 담은 그림들은 동양회화의 진수를 포착하고 있다" 면서 "현대적 조형감각을 나타내는 미묘한 담묵의 묘사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감각" 이라고 말했다.

자등(紫藤)을 그린 작품에서 먹물의 흔적으로 수목의 형상을 만들어낸 기법이 독창적이라는 것.

김씨는 "빛의 요소를 활용하는 서양화와 달리 동양화는 사물의 본질을 지향하는 눈이 필요하다" 며 농담에 변화를 주고 전통 화법에 세련미를 입혀 동양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조현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