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월드카 개발 제휴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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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현대차의 월드카 개발 제휴는 점점 치열해지는 세계 자동차 업계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현대측의 생존전략이 처음으로 실현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동안 현대차는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따른 세계 자동차 산업의 재편과 대우.삼성차 매각 등으로 인한 입지약화에 대비, 해외 유수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를 모색해왔다.

사브.피아트(→제너럴모터스), 볼보.마즈다(→포드), 닛산(→르노)과 같은 메이저 업체도 다른 회사에 넘어가는 판에 국내 시장만 믿고 홀로서기를 계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단 현대차는 이번 제휴로 세계 유수업체와 '생존 연맹' 을 형성할 수 있는 길을 텄다.

특히 이번에 공동 개발하기로 한 리터카는 각국의 환경기준 강화 움직임 때문에 나름대로 기대를 받아온 차종이다.

현대차 등 3사는 이 차를 2002년부터 5년 동안 4백만~5백만대를 공동 판매해 약 45조원의 매출과 2조3천억원의 이익을 이루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3사간에 투자비용 및 판매지역 배분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여서 현대차가 얼마나 실질적인 수익을 올릴 지는 분명하지 않다.

3사는 이번주부터 본격적인 협의를 벌일 계획이다.

또 현대로선 대우차의 해외매각 가능성이 여전히 부담스럽다.

대우차가 해외업체에 팔리면 현재 약 70%에 이르는 현대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50% 이하로 떨어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대비해 현대는 다임러크라이슬러.포드 등과의 대우차 인수를 위한 자본 제휴를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계안 사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재 다각적으로 제휴 가능성을 추진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 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제휴를 계기로 현대차가 대우차 인수를 위해 다임러크라이슬러와 손잡을 수 있는 가능성이 약간 커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의 김소림 부장은 "앞으로 현대차의 생존 여부는 해외 메이저 업체들간의 기술.자본 제휴망에 얼마나 성공적으로 합류하는가에 달려 있다" 며 "대우차 처리라는 고비를 현대가 어떤 식으로 넘기느냐도 현대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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