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척 10명 동원 "친일 경찰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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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우리당 김희선 의원이 1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월간조선에 실린 부친 관련 기사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조용철 기자

열린우리당 김희선 의원은 17일 자신의 아버지가 독립군이 아닌 만주국 경찰이었다는 월간조선의 보도를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아버지 김일련씨는 만주국 경찰이 아니라 독립군이 맞다"고 했다. 또 "광복군 제3 지대장 김학규 장군은 할아버지 김성범과 친형제"라고 거듭 주장했다. 회견장엔 김 의원의 친척 등 10명이 나와 그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김 의원의 작은아버지 일건씨는 "형님 일련씨는 10대 시절 만주 유하현에 정착해 땅을 일구면서 독립운동가들의 부족한 식량을 해결해 주었으며, 독립군을 조직하고 훈련시켰던 아버지 김성범을 따라다니면서 일을 도와드렸다"고 말했다. 또 "1936년 아버지(김성범)가 돌아가시자 작은아버지인 김학규의 독립운동을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엔 김학규 장군의 큰며느리인 전봉애(80)씨도 있었다. 월간조선은 "김 의원의 부친이 만주국 경찰이었다"는 게 전씨의 주장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전씨는 월간조선이 보도한 것과는 다른 말을 했다. 전씨는 김 의원의 아버지에 대해 "나는 (만주국) 경찰이란 말 안했다. 그 시아주버니(김일련)는 무역하러 갔다든가… 잘 모른다"고 말했다. 전씨는 또 김 의원의 증조모(선우순)를 '시할머니'라고 부르면서 "시할머니가 아들 둘을 낳았는데 하나(김성범)는 의성 김씨 호적에 올리고, 하나(김학규)는 안 올리고 있다가 (김학규가) 다섯살 땐가 재혼해 복잡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찾아온 월간조선 기자에게 (인터뷰 내용이) '잘못됐으니 바로잡아 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장면을 지켜보던 김찬호씨는 별도의 회견을 하고 전씨의 주장을 반박했다. 김씨는 월간조선 기자와 함께 전씨를 만났던 인물이다. 그는 "내가 전씨 남편의 초등학교 후배라서 그 집안을 좀 안다"면서 인터뷰 당시 전씨가 했던 말을 기록한 쪽지를 꺼내 읽었다. 거기엔 "(문)김일련이 일본 경찰이었다는 게 사실이냐. (답)그 소린 어디서 들었노." "(문)유화경찰서 다녔느냐 다른 데 다녔느냐. (답)유화다." "(문)독립군도 잡았겠네. (답)독립군이건 도둑놈이건 범법자니 잡았겠지 뭐."

주장은 이처럼 엇갈렸다. 그래서 뭐가 진실인지 불투명하다. 한나라당에선 이날 "월간조선의 보도가 사실일 경우 김 의원은 즉각 국회 정무위원장직과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등의 논평이 나왔다.

김정욱 기자 <jwkim@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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