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치-水] 타이거 우즈 성중독증? 그가 성적 쾌락에 빠진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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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강일구

따르릉~ 새벽에 울리는 전화나 휴대폰을 받기 정말 싫은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무리 분만실 콜을 받던 산부인과 생활에 익숙해진 몸이라곤 하지만 개업을 하여 수술이 있는 날은 혹시 밤에라도 출혈이나 응급상황에 병원이나 환자가 전화를 할까봐 자신도 모르게 휴대폰을 머리맡에 두고 자야 안심이 되는 별로 여성스럽지 못한 이상한 버릇이 생겨버렸다.

요 몇 달 사이에 부쩍 J가 새벽잠을 자주 깨운다. 들어줘야하는 괴로움에 긴 한숨이 절로 나오지만 학창시절 친했던 의과대학 동기인 그녀의 결혼을 부추기고 축복하였으며 첫 아이 분만까지 집도하였던 처지라 도저히 피해갈 수가 없다.

의과대학 동기 커플인 J의 남편은 돈을 많이 번 성공한 개업의사다. 선배, 후배, 동료들 모두, 프랜차이즈식 병원을 수개씩 운영하는 그의 탁월한 경영마인드에 경탄해하고 해외부동산 투자에도 상당한 안목이 있는 그가 한 해에 낸 세금이 연말 송년회의 탑 화제거리이곤 했었다.

중년이 넘는 그들 부부의 위기를 느낀 것은 수년째이다. 모임에서 항상 젊어보이고 잘 웃고 자상한 완벽남이지만 이상스레 너무 자주 핸드폰 번호를 바꾸는 J의 남편을 별 생각없이 받아들일 즈음 새벽에 J의 전화가 시작된 것이다.

“걔 있지. 완전 섹스 중독증환자야, 오늘도 초저녁에 잠깐 다투었는데…별 일도 아니었어. 정말이지, 아무 일도 아니었다구. 그저 둘째 아이 이빨 교정해야하는데 조금 늦어져서 속상하다고 말 한마디 한 것 밖에 없는데…벌컥 짜증을 내더니 그 길로 나가서 아직도 안 들어온다. 한 두 번이 아니야. 하도 망신스러워 누구한테 말도 못하고 살았는데 이러다가 내가 미쳐버리던가 암에 걸려 죽을 것 같아 너한테만 말하는 거다. 벌써 몇 년째 인지 몰라”

그녀의 깊은 탄식소리는 밤을 꼬박 새운 하얀 허탈과 괴로움과 공허함과 분노와 자기연민이 섞여 뒤죽박죽이다. 성중독외에는 아무런 흠이 없는 사람이란다. 함께 새벽기도도 잘 다녔고 자신의 일도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게다가 돈도 잘벌고, 폭력을 쓴다던가 거칠게 큰 말소리 한번 없는 사람인데 섹스 중독증 이거 하나는 반드시 고쳐야하며 바르게 살아야 한다고 강변한다.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돈도 처음에는 수십, 수백단위이더니 지금은 수천단위라고 이게 도대체 뭐하는 거냐고 난리이다.

그러고 보니 J의 말투는 자신의 남자를 밤거리의 무수한 여인네들에게 빼앗긴 본처의 절실한 원망이나 저주, 분노보다도 비뚤어나간 아들을 걱정하는 엄마의 한숨과 걱정같아 살짝 불편하다. 어쩐지 방대한 경영과 재산증식, 자신의 일에 지친 J의 남편은 말그대로 자신을 존대해주고 존경해주는 ‘여자’의 편안한 가슴을 찾아 밤거리를 헤매이는 건 아닐까.

동갑인 나이라 그런지 최근에 더욱 살이 찌고 나이먹어 보이는 J의 인상쓴 얼굴이 떠오른다. J의 논조라면 그의 남편은 돈도 최고로 잘벌어야함은 물론이고 빨리 귀가하여 가사일과 자신과 아이들을 챙겨야하며 신실한 그녀의 뜻을 어기지않고 새벽기도를 부지런히 나가 주께 재물과 번창을 기원하여야하며 열심히 항상 노력해야하며 딴 여자에게 한눈 팔거나 쾌락을 즐기고 바람을 피우는 저속한 짓 따위는 없어야한다.

“알았다. 그런데 얘! 혹시 너 네 남편에게 존댓말 한 번 써 볼 수 없니? 오빠~ 라고 웃기지도 않지만 애교 좀 부려봐라. 너보다 서너살 많다고 생각하고 애교있고 귀엽고 어린 여자처럼 행동하면 어떨까. 너무 맨날 야단만 치고 따지고 닥달하고 훈계하려고 하지만 말고 그 사람 말하는걸 무조건 잘들어줘 보란말이야…뭐? 화돋군다고? 도대체 누구 편이냐고? 아, 그게 아니고…" J가 일방적으로 뚝 끊어버린 전화에 새벽잠이 다 달아나버린다.

섹스중독증, 성중독증은 미국 인구의 5%가 해당한다는 통계도 있다. 천만명 정도라고 추정되기도 한다. 온갖 변태행위나 성범죄와도 연관이 있긴하다. 파렴치한 불륜, 몰지각한 섹스, 추잡한 스캔들, 놀라운 정력 등 사건이 파헤쳐질 경우 사람들은 놀라고 ‘어쩌면 그렇게까지’ 하고 생각하는 경우들도 많다.

최근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의 '섹스스캔들'이 화제다. 일각에서는 그가 성중독증이 아니냐는 보도가 나오고, 그의 상대역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녀들은(두명의 자녀를 둔 아름다운 금발의 백인 아내는 집에 모셔 두고) 식당 종업원, 술집의 웨이트리스, 싸구려 포르노 배우 등 가슴빵빵하고 육감적으로 생긴 여성들이 대부분이다. 타이거 우즈는 성에서 영혼보다 그저 육체만을 추구하는 것은 맞을 듯하다. 힘들고 외롭고 괴로운 현실에서의 도피처, 스트레스를 잊고 쾌락을 느끼고픈 행위에서 아마도 섹스 상대의 이름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오직 스릴있는 상황과 육체만이 있을 뿐이다.

대표적인 성중독증 환자라고 인정받는 전 미국 대통령 클린턴 역시 이런 성중독 경향을 ‘내 안의 악마’라고 표현했으며 어린시절 알콜 중독자였던 계부와 도박을 좋아했던 어머니에게서 받은 외로움과 공허, 사랑받지 못함, 받아들여지지 못함을 자극적인 쾌락을 주는 부적절한 섹스로 풀려고 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오래 외도하며 자신과는 잠자리도 않는 남편 때문에 그러면서 바람피운 건 아니라고 그저 지나치는 술집얘들 뿐이라고 항변하는 남자 때문에 피폐하고 망가져가는 J가 더 힘든건지, 심각한 병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이기려 교회도 나가도 일도 열심히 하고 가정생활에 충실하려 애쓰기도 하지만 자신의 배우자가 안아주고 싶은 여자로 보이지 않는 J의 남편이 더 힘든건지 도무지 알 수 없다.

테레사여성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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