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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선배와의 대화] 아시아나항공 정진희 사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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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퀴즈 한 문제. 당신은 비행기 승무원이다. 한 손님이 신발을 벗었다. 그런데 심한 발 냄새가 난다면? 보기는 3가지다. ①손님에게 정중히 “신발을 신어달라”고 요청한다. ②참는다. ③방송한다.

정답은 ③이다. 다만, 누군지 콕 집어 말하지 않고 ‘다른 손님을 위해 신발을 신어주세요’라고 방송해야 한다. 신발 벗은 손님이 기분 나쁘지 않게 배려하면서, 다른 손님에게 피해 끼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게 정진희(41·여·사진) 아시아나항공 국제선 캐빈서비스팀 사무장이 말하는 ‘스튜어디스의 세계’다.

지난달 10일 서울 신수동 서강대 학생회관(C관) 301호에서 ‘취업 선배와의 대화’가 열렸다. 250여 명의 취업 준비생이 몰렸다. 『스튜어디스 비밀노트』 저자인 정 사무장이 강사로 나섰다. 그는 경력 18년차 승무원이다. 스튜어디스는 좁은 기내에서 다양한 손님을 상대하는 직업이다. 따라서 ‘서비스의 달인’이 돼야 한다. 그는 “‘싫으면 타지 마라’가 아니라 ‘한 번 온 손님은 놓치지 않는다’는 마음가짐으로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규정 외의 것을 원하는 손님께 서비스하는 게 가장 어려워요. 하지만 괜찮습니다. 경우별 대처법이 꼼꼼히 마련돼 있으니까요. 특히 곤란한 상황에서 승무원 자신을 보호할 수 있도록 법적 체계도 잘 갖춰놨습니다.”

힘든 만큼 보상이 따르는 직업이다. 그는 “다른 곳으로 쉽게 훌쩍 떠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항공권을 저렴한 값으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외 수당·비행 수당·해외 출장비 등 금전적 보상도 따른다. 남녀차별도 없는 편. 그는 “여성에 대한 편견은 없다”며 “오히려 여성이 우위를 점하는 직장”이라고 말했다. 여성에 대한 복지도 잘 돼 있다. 임신하는 순간부터 비행을 하지 않는다. 휴직이 가능한 기간은 2년. 그는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직업 만족도가 더욱 높아졌다”며 “워킹맘을 세심하게 배려해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질의응답 시간에선 “다리가 O자형인데 괜찮겠느냐” 등 외모에 관한 질문이 주를 이뤘다. 정 사무장은 “외모보다 인상이 중요하다”며 “큼지막하고 또렷한 인상보다 곱고 단아한 이미지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자기 관리는 필수다. 그는 “몸에 붙는 유니폼을 입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몸매 관리를 하게 된다”며 “몸매가 흐트러지면 ‘자기 관리에 실패한 사람’으로 평가 받는다”고 말했다.

체력이 달려 중도에 그만두는 스튜어디스도 많다. 그는 “항공사에 입사하는 건 중요한게 아니다. 입사 이후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며 “끊임없이 운동하고, 외국어를 공부하는 등 자기 관리에 힘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권민경(27·여)씨는 “항공사는 내부 정보를 잘 드러내지 않아 신비한 이미지였다”며 “승무원의 고민·어려움까지 솔직하게 털어놔 입사를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글=김기환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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