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대한민국 콘텐츠 공모전’ 서병문 심사위원장 총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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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분야가 새로운 문화 콘텐트의 한 장르로 떠올랐다. ‘제1회 대한민국콘텐츠공모전’은 그런 다양한 콘텐트의 가능성을 시험해보는 무대였다. 사진은 대표적인 디지털 콘텐트인 온라인 게임을 시연하는 모습. [중앙포토]

제1회 ‘대한민국 콘텐츠 공모전’은 문화산업의 10년을 정리하고, 새로운 10년을 열 수 있는 창조적인 킬러 콘텐트를 발굴하기 위한 자리다. 6개월에 걸친 공모와 심사 과정을 거쳐 10월 말 최종 결과를 발표하게 됐다. 이번 공모전은 예술·영상·디지털 콘텐트 등 3개 분야에 총 상금 2억9000만원을 걸고 진행됐다. 예선과 본선·결선에 20여 명의 학계 및 전문가가 참가할 정도로 열띤 심사가 펼쳐졌다. 최근 하나의 콘텐트가 원 소스 멀티 유즈(OSMU)를 통하여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다는 점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며 기대하고 있다. 작품 심사에 창업투자회사의 투자심사역들도 대거 참여했다. 차세대 성장동력의 핵심 산업으로서 콘텐트 산업의 역량을 제고하고, 세계 5대 콘텐트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초석이 될 것으로 본다.

최종 심사에서 가장 고민스러웠던 것은 디지털 콘텐트 분야다. 우선 게임이나 e-러닝 등 디지털 분야에 대규모 응모가 이어질 것이란 당초 기대는 무너졌다. 전체 출품작이 55편으로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수상작을 놓고서도 고민이 깊었다. 심사위원장을 비롯한 6명 심사위원은 결선에 오른 ‘한국의 미 꽃담’을 장려상으로 선정할지 고심했다. 그러나 ‘한국의 미 꽃담’은 출판물 이상의 결과물을 내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결국 심사위원단은 디지털 분야에서 수상작을 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신 영상 분야에서 더 많은 수상작을 내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냈다.

에술 콘텐트 분야에선 『제국의 부활』(소설), ‘아이러버(뮤지컬), ‘유목정음(소설)’ 등 세 작품이 최종 결선에 올랐다. 우선 이 세 작품 가운데 대상이나 최우수상이 있을지 심사위원 전원이 고민했다. 고민을 거듭한 끝에 대상 작품은 없지만 장르 간 균형을 위해 최우수상 작품을 선정할 수 있을 거란 여지를 뒀다. 그러나 열띤 토론을 펼쳤지만 끝내 대상이나 최우수상을 내지 못했다. 『제국의 부활』이 최우수작으로 거론됐지만, 제작 실현성과 흥행성의 잣대로 볼 때 이 역시 최우수상을 주기엔 무리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결국 예술 콘텐트 분야에선 대상·최우수상 없이 우수상(제국의 부활)과 장려상(아이러버)만 선정하게 됐다.

영상 콘텐트 분야 심사는 이번 공모전을 열게 된 목적에 가장 적합한 작품을 고르기 위한 과정으로 진행됐다. 무엇보다 장르를 초월해 역량 있는 작가를 발굴하는 데 주력했다. 또 작품성과 흥행성도 중요한 요인으로 고려됐다. ‘영상콘텐트의 사회적 책임과 과제’란 토론회에서 중요하게 거론됐던 긍정적이고 가치 지향적인 작품을 발굴하는 것 또한 주된 관심사였다.

최우수상을 받은 ‘처절한 무죄’는 시나리오가 길어서 영화로 제작될 경우 많게는 절반 이상 축소해야 된다는 우려가 나왔다. 그럴 경우 작품 구성에도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짜임새 있는 구성 면에선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보다 뛰어나다는 평이 많았다. 특히 한 가지 소재를 끝까지 끌고 가는 힘이 매우 뛰어나다는 결론을 내렸다.

‘조선무쌍신식요리사(우수상)’는 퓨전 사극 장르로 흥행성과 발상의 참신함 등이 주목 받았다. 구한말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러시아 현지 제작이란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전체 출품 작품 가운데 2위를 차지했다. ‘유캔(우수상)’의 경우 원작이 원숭이 이야기를 다룬 일본의 다큐멘터리이지만, 저작권에 이의가 없으므로 작품성과 흥행성 중심으로 평가를 했다. 컴퓨터그래픽(CG) 제작에 따른 비용이 우려되고, 원숭이를 우리 기술로 정교하게 표현하기가 어렵다는 한계가 지적되기도 했다. 더구나 ‘동물영화’가 국내에서 흥행된 사례가 없고, 연출이나 제작 환경이 어렵다는 측면에서 찬반 논쟁이 뜨겁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해운대’나 ‘차우’ ‘국가대표’ 등의 작품에서 보여준 CG 기술을 볼 때 충분히 제작 가능한 작품이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트렌디한 스타일의 코미디 영화인 ‘프렌디(우수상)’는 저예산으로도 제작이 가능하다는 점이 점수를 받았다. 일부 심사위원은 ‘프렌디’를 드라마 형식으로 만드는 편이 더 좋을 것같다는 평을 내놓기도 했다. ‘곰과 제니(장려상)’ 역시 흔한 소재를 다뤘다는 점이 걸렸지만, 저예산 영화로 완성도 높은 작품이 기대된다는 평을 받았다. 다만 ‘검녀, 색시는 여검객(장려상)’의 경우 저예산이란 강점이 있지만 영화 ‘조폭마누라’를 연상시키는 대목이 있어 실제로 제작할 경우 각색이 필요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드라마 ‘P10(장려상)’은 무엇보다 드라마보다는 영화로 장르를 전환시키는 것이 더 나을 것이란 평가가 많았다. 또 제작비가 많이 들겠지만, 새로운 컨셉트로 대구 지하철 화재 사건 같은 대형 사고를 영화화할 수 있는 작품이란 점이 주목 받았다.

최종심사에서 오른 12개 작품 가운데 총 9개 작품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이번 ‘대한민국콘텐츠공모전’은 많은 응모자들의 열정적인 작품이 심사에 올랐지만 첫 회인 만큼 100% 만족스러웠다고 보긴 어렵다. 그러나 향후 작품성과 흥행성을 바탕으로, 여러 장르를 초월하는 우수 콘텐트를 공모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 계기가 됐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심사위원장 서병문 교수 단국대 멀티미디어 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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