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질문에 연구소 홈페이지 몸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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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공공기관 홈페이지는 학생들의 과제물 해결 공간인가.

인터넷을 쓰는 학생이 크게 늘면서 최근 대전시청 등 공공기관과 대덕연구단지 연구원들이 때 아닌 '과외업무' 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상당수 학생들이 이들 기관과 관련된 과제물(숙제)을 대신해 주도록 홈페이지를 통해 요구하기 때문이다.

다음은 지난달 30일 대전시의회 홈페이지(http://council.metro.taejon.kr)의 '인터넷 민원' 코너에 오른 崔모 학생의 글.

"지금 학교 숙제를 하기 위해 질문하는 건데요. 정부가 수도권의 여러 기관을 대전으로 이전한 목적이 무엇인지… 빨리 가르쳐 주세요. "

대전시 관계자는 "상업목적이나 비실명으로 남을 비방하는 글 등은 임의로 삭제하나 학생들의 '숙제성 민원' 은 무턱대고 삭제할 수도 없어 어쩔 수 없이 바쁜 시간을 쪼개 답장을 쓴다" 고 실토했다.

대덕연구단지 내 정부출연연구소들 홈페이지에는 과학숙제 또는 개인적 궁금증을 해결하려는 청소년들의 질문이 매일 각각 10여건이나 쏟아지고 있다.

특히 학생들의 질문이 많은 기관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위성센터.항공우주연구소.한국천문연구원 등. 천문연구원의 경우 지난달 초 홈페이지에 '질문상자' 코너를 개설한 뒤 학생들로부터 '과제물형' 질문이 잇따르자 선임연구원 1명을 답변 전담요원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매일 10여건씩 쏟아지는 학생들의 질문에 지친 그는 결국 최근 "과제물은 학생들 스스로 해결하라" 는 내용의 호소문을 올리기도 했다.

일부 극성스런 학부모들은 자녀를 대신해 과제글을 올리기도 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대전〓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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