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풀이 게임 정도로 취급받는 오목(五目)의 국제대회를 추진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무료 인터넷 오목사이트 '렌쥬코리아'(www.renjukorea.com)의 김찬석(35) 대표다. 렌쥬는 구슬을 이어놓는다는 의미인 '연주(聯珠)'의 일본식 발음으로 돌 다섯개를 이으면 승리하는 오목을 뜻한다.
"내년 5월을 목표로 국제리그를 출범시키려고 합니다. 국내에는 정식으로 단이나 급을 받은 사람들이 없는 것을 감안해 그 이전에 일본과 단.급 인정 친선대회를 한 차례 열 계획입니다."
오목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활성화돼 있다. 1963년 일본.옛 소련.스웨덴 등 3개국이 세계오목협회(RIF)를 만들고, 매년 서너 차례 국제대회를 열고 있다. 일본에서는 오목 인구가 수백만명에 달하고 매달 서너 개 대회가 열린다. 중국은 지난해 아시아 오목대회를 개최했다. 유럽과 러시아 등지에서는 바둑 만큼, 어쩌면 그 이상으로 인기가 있다고 한다. 같은 반상게임이면서도 바둑에 비해 배우기가 훨씬 쉽기 때문이라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국내에서 오목이 시들했던 이유는 승부가 뻔했기 때문입니다. 먼저 착점하는 흑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이죠. 이변이 없는 한 흑을 잡으면 이기니 무슨 재미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나온 것이 일본에서 만든 렌쥬룰입니다. 흑백 간 형평을 맞춰주자는 것이지요."
렌쥬룰에선 흑이 3.3, 4.4 혹은 6목을 두면 지게 된다. 백은 이런 수를 두어도 무방하다. 15줄 반상이 다 차도록 승부가 안나면 백승으로 간주한다. 솔직히 말해 이런 규정을 두더라도 흑이 좀 더 유리하다는 것이 오목계의 중론이다.
현재 리모델링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김 대표가 오목에 빠져든 것은 7년 전이다. 평소 오목을 잘 둔다고 자부하던 그는 우연히 렌쥬룰이 적용되는 오목동호회에 들어갔다가 연전연패를 당했고, 그때부터 렌쥬룰 오목을 연구해왔다. 그는 "오목에도 26개의 정석이 있고, 정석마다 4만 가지 이상의 변화가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국내에도 반드시 '오목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확신 아래 2001년 자비를 들여 '렌쥬코리아'를 개설했다. 그는 이 사이트에서 오목 관련 뉴스와 오목의 정석.행마 등을 소개하고 있다. 회원 수는 2000여명에 불과하다.
"오목은 바둑보다 인기를 끌 수 있는 경기라고 봅니다. 무엇보다 승부가 빠릅니다. 속전속결을 원하는 현대인에게 딱 맞는 게임이죠. 오목 인구만 늘어나면 세계 최강인 우리의 바둑 실력으로 볼 때 몇년 안에 오목 강국이 될 것입니다."
글=하지윤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