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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광주꼬마 조천호씨… 공무원 특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총상으로 숨진 아버지의 영정을 안고 있는 사진이 외신에 보도되면서 5.18의 비극을 세계에 알린 '5월의 어린이' 조천호(曺天鎬.25)씨가 광주시 공무원으로 특별 채용된다.

광주시는 4일 98년 6월 5.18묘지관리사무소 일용직으로 채용했던 曺씨를 광주항쟁 20주년을 맞아 기능직 공무원으로 특별 채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아버지 곁에서 공무원으로 일하게 된 曺씨는 "어릴 적엔 계엄군의 총탄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원망도 했지만 이제 공무원 신분으로 아버지를 지키게 돼 보람있게 생각한다" 고 말했다.

曺씨의 아버지 조사천(曺四天.당시 36세)씨는 단독주택 짓는 일을 해오다 80년 5월 21일 전남도청 앞에서 총상을 입고 숨졌다. 曺씨는 '그날' 이후 어린이날이면 늘 외롭게 지냈다.

자전거를 밀어주며 자상하게 놀아주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아픔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87년 대통령선거 연설회장에서 문제의 사진이 확대돼 내걸린 것을 본 할머니가 그 충격으로 돌아가시자 상처는 더욱 깊어졌고 방황도 계속됐다.

98년 조선대 이공대학을 졸업한 曺씨는 5.18기념재단으로부터 묘역에서 일할 것을 제의받았다.

"고통스러운 기억 때문에 한참을 망설이다 광주민주화운동을 잘 알릴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해 안내원으로 일하기로 했어요. "

안내원 초기에 아버지 묘소를 찾아 자주 울기도 했지만 이제는 마음 편하게 일하고 있다고 한다.

曺씨는 현재 광주시 기능직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어머니(46)와 단 둘이 살고 있다.

당시 돌을 갓 넘었던 동생(21)은 군복무 중이고 누나(27)는 출가했다.

曺씨는 "5월이 되면 아버지뿐만 아니라 이곳에 잠든 모든 5월 영령이 가족처럼 느껴진다" 며 "공무원이 되면 더욱 더 열심히 일하겠다" 고 말했다.

광주〓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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