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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옹·서암스님 선화 첫 일반공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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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선(禪)은 무엇을 가르치지도, 배우지도 않는다. 부처도, 스승도, 부모 형제도 무시해버린다.

물론 8만4천자의 불경도 밑씻개로 치부해버리며 오로지 자기 마음만 들여다보며 깨우쳐 부처가 되려는게 선이다.

당대 최고의 선승이면서 불교 최고의 어른인 종정에 올랐던 서옹(西翁.88).서암(西庵.82)스님이 스스로 깨달음을 붓글씨에 담은 선필(禪筆)을 일반에 선보인다.

서울 사간동에 있는 법련사 불일미술관은 부처님 오신 날 기념으로 '큰스님 선서화전' 을 9일부터 6월8일까지 연다.

이번 전시회에는 서옹.서암 스님의 선필 각 20여점씩을 비롯, 석정.수안 스님과 청광.일지거사등 불가에서 내로라 하는 대가들의 선화(禪畵)및 김정옥씨 등 도예 명인들의 작품등 총1백여점이 전시된다.

고불총림 백양사 방장으로 주석하고 있는 서옹 스님의 글씨는 강렬한 선풍이 번득이는 필치로 오래 전부터 정평이 나있다.

일제시대 일본 임제종의 본산 임제대를 졸업하고 묘심사선원에서 수행한 서옹스님은 한국 선종의 뿌리인 조사선을 내세우며 절대 자유인을 구가하고 있다.

'佛(불)' '隨處作主(수처작주)' 등 선필 20여점은 '어떤 경우에도 주체성을 확립해 자유자재임' 등 선구절의 뜻도 뜻이려니와 때론 내리 찍고 때론 용트림하는 필체에 대자유인의 통쾌한 선기(禪氣)가 배어있다는 평이다.

태백산 토굴에서 수행 정진 중인 서암 스님의 선필은 천진함과 담백한 필치가 돋보인다는 평이다.

'無我(무아)' , '慈悲無敵(자비무적)' 등 20여점에는 세파에 찌든 도시인들에게 한줄기 솔바람 같은 법향(法香)이 깃들어 있다.

한번도 일반에 선보인 적이 없는 두 큰 스님 글씨를 전시회로 이끌어낸 법련사 주지 오경(悟鏡)스님은 "누구에게도 배우지 않고 오직 수행의 정신적 깊이로만 쓰여진 글씨들에서 풍기는 선기가 번뇌에 빠진 중생들의 마음을 깨끗이 씻어주는 청량제가 될 것" 으로 기대했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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